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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보수경제학자 맨큐…트럼프에 한수 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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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 경제자문위원장 맨큐 교수…NYT 기고문서 “트럼프 골프장도 관세 물릴 텐가?” ]

머니투데이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사진 출처=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반박하기 위해 경제학 이론을 꺼내 들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맨큐 교수는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인 이론들을 설명하며 왜 자유무역이 지켜져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맨큐는 트럼프 정부가 자유무역을 무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입산 태양광 및 세탁기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 수입제품에 대한 쿼터와 관세 검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증거'에 포함된다. 그러면서 맨큐는 자유무역 이론과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맨큐는 18세기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경제학의 시초로 불리는 국부론은 여러 주제 중 하나로 자유무역을 다룬다.

스미스는 국가간 무역이 사람들 사이의 거래와 같다고 주장했다. 옷을 직접 만들거나 식재료를 모두 재배하는 대신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잘하는 걸 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생산물로 교환한다. 국가들 역시 자국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에 특화해 그것을 만들고 자유롭게 거래해 소비한다. 이른바 절대우위에 따른 자유무역론이다.

이 주장은 19세기 들어 데이비드 리카도에 의해 심화됐다. 바로 절대적 우위가 없고 상대적 우위만 있는 경우에도 거래를 통해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비교우위의 개념이다.

리카도는 "만약 한 국가가 어떤 다른 국가보다 모든 것을 더 잘하다면?"이란 질문을 제기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비교우위에 기반한 무역이다. 예를 들어 영국과 포르투갈 두 국가가 있을 때 포르투갈이 와인과 옷을 모두 더 잘 만든다 할지라도 옷에 비해 와인 생산력이 더 좋다면 포르투갈은 와인을 수출 하고 옷을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두 국가가 모두 더 좋아진다.

같은 원칙이 개개인에게도 적용된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그의 운동능력으로 잔디 깎는 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가 잔디깎는 걸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건 아니다. 모두의 생각처럼, 페더러가 잔디깎는 서비스를 소비하고 대신 더 많은 시간을 테니스에 쓰는 게 낫다.

리카도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었다. 그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며 곡물수입 관세 부과 주장에 저항하는 등 자유무역을 위해 직접 싸운 인물이기도 하다.

더 최근 들어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생산성을 끌어 올린다는 이론을 만들어 왔다. 마크 멜리츠 하버드대 교수가 고안한 모델에 따르면, 한 국가가 무역을 개방할 때 가장 생산성 높은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경쟁에 밀려 도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자원이 이동하면서 전반적인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 모든 게 이론일 뿐이지 증거가 있냐고 묻는 회의론자들에게 내놓을 경험적인 연구도 있다.

이 회의론에 대응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문호를 개방한 국가들이 더 큰 번영을 누렸는지 여부를 실제로 찾아보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등은 1995년 논문에서 많은 국가들을 표본으로 해 개방 경제가 폐쇄 경제보다 현저히 빨리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다.

두번째 접근은 역사 속에서 폐쇄된 경제가 개방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경우도 자유 무역은 효과를 발휘했다. 역사적으로 세계경제를 향해 문호를 개방한 국가들은 전형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졌다. 1850년대 일본과 1960년대 한국, 1990년대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한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폐쇄 경제에선 무역 뿐아니라 다른 정부 규제도 상당하다. 자유무역을 안 해서가 아니라 다른 규제들이 성장률 상승을 저해했을 수 있다는 것.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접근은 다른 요소를 제거하고 무역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만을 측정하는 것이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의 1999년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어떤 국가들은 다른 나라들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혹은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무역을 적게 한다. 즉, 지리적 차이는 무역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만 다른 소득 결정요인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따라서 지리적 차이는 무역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해서 분석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무역 비율이 1%포인트 확대될 때 1인당 소득이 최소 0.5% 늘어났다.

맨큐는 "분명히 무역을 확대하는 게 단기적으론 일부 사람들에게는 타격을 준다"며 "특히 수입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맨큐는 "이 사실은 사회안전망과 효과적인 재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자유무역이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결론을 흔들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트럼프 골프장에 오는 미국인에게도 관세를 물릴까"라고 반문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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