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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정채관 박사의 우딸영어(22)] 영어만 하지 말고, 영어로 뭘 해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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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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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몇 년 후에 다시 타도, 처음에 조금 비틀거리다 5분 정도 지나면 다시 잘 탄다. 핸들을 잡은 손과 페달 위에 다리가 얼마나 빨리 자전거 중심 잡기를 기억해내는 게 관건이다. 몸이 이것만 기억해내면 어지간해서 쓰러지지 않는다. 달리지 않는 자전거 위에서도 서 있을 수 있고, 두 팔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언어는 자전거와 다르다. 머리가 기억해야 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따라 의미를 전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버스’라고 쓰지만, 영어권 나라 사람은 ‘bus’라고 쓴다. 2대의 버스를 보며, 우리는 ‘버스들’이라고 쓰지만, 영어권 나라 사람은 ‘buses’라고 쓴다. 영어권 나라 사람에게 ‘버스들’을 의미하며 ‘buss’라고 쓰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어는 어려운 게 아니다. 한 번 배웠으니 그걸 계속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게 문제다. 배운 걸 안 쓰면 내 머릿속에서 잊히고, 안 쓰던 걸 다시 쓸 때 실수하는 거다. 기계가 아닌 이상, 배운 걸 까먹는 건 자연의 섭리다. 운동도 안 하는 주제에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으며 날씬한 상태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계속 학습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를 10년 뒤에도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건 과욕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 부지런히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랬다. 어학원에서 배운 영어 말하기는 일상생활에서 주위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연습이다. 대학에의 말하기는 그것에 더해 내가 조사하고 연구한 것을 다수의 청중 앞에서 발표도 해야 한다. 마주 앉아 차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청중 앞에 두고 재밌고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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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박사(교육학) 매일경제 우버人사이트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Practice makes perfect(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영국에서 버밍엄공대에 다닐 때 공대 특성상 팀별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그 전까지는 다수의 사람 앞에서 영어로 내 연구를 발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외국인 친구하고 놀 때는 서로 의사소통을 해야 놀 수 있으니, 말이 안 통하면 몸짓이나 표정으로 소통하면 되지만, 성적에 들어가는 수업 중 발표는 단순히 영어만 잘해서 안 되며, 그 이상의 뭔가를 더 해야 한다.

학교 출입문 열쇠를 얻었다. 귀신 나올 것 같은 학교 중앙홀에서 혼자 공부했다.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잠이 올 것 같으면 벌떡 일어나 건물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발표 연습을 하곤 했다. 살짝 미친 것 같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그때 터득한 영어발표 방법으로 이후 수많은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어로 발표했다. 귀국해서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서울대 학생들에게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쳤다.

내가 발표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고, 내가 다시 보며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노트하여 다시 발표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가 있으니 초등학생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새롭지 않은 방법이다. 20년 전에 그런 걸 이미 한 나를 지금 와서 돌아보면 단순히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그렇게 적용한 나도 신기하다. 귀국해서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서울대 학생들에게 적용했을 때 반응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정채관 박사(교육학) 매일경제 우버人사이트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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