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대화 여건 조성 쉽지 않자 당분간 속도 조절 가능성 비쳐
틸러슨 "北의 대화 준비 기다려" 먼저 비핵화 성의 보일 것을 촉구
북한은 "바쁜 건 미국" 배짱 튕겨
◇고비마다 한발씩 늦는 한·미 통화
김여정의 방문 이후 청와대는 수차례에 걸쳐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미국의 협조가 중요하다.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방북 초청 후 일주일여 동안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없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는 지난 2일 밤 30분 동안 이뤄진 것이 마지막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밤 1시간에 걸쳐 북한 문제에 관해 통화했다.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을 관람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왼쪽에서 셋째) 여사가 임효준·서이라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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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요 고비에서 미·일보다 한·미 정상 간 소통이 늦어지는 일은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7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미·일 정상은 이틀 후인 31일 통화했지만, 한·미 통화는 8월 7일에 이뤄졌다.
문제는 이런 한발씩 늦는 통화가 단순한 일정 조율 차원이 아니라 양국 간 입장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미 간 통화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통화는 양국 간에 적절한 시기, 의제 이런 부분이 협의되고 할 이야기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의제 협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만큼, 대북 대화에 대해 한·미 간의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비핵화 논의가 담보되지 않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실하다. 아베 총리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기자들에게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위해선 비핵화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백악관은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일본 측 발표 내용은 정확하다"고 했다.
◇"대화 열려 있다"면서도 강경한 美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주요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7일 방영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 예고 영상에서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어떤 당근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며 대화 테이블 복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좀처럼 보기 힘든 악(惡)" "지구상에서 가장 폭압적인 감옥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북한과 대화가 있다면 그들에게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정책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17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잔인한 독재정권이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자 북한도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질 것은 미국"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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