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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홍준표가 오죽하면 ‘민주당 손잡으시라’…윤, 그 조언 들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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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023년 11월7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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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월10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등산으로 치면 이제부터 내리막길입니다.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오르막길에서 넘어지면 가벼운 부상에 그치지만, 내리막길에서 넘어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개 내리막길에 수난을 겪거나 참변을 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어떨까요? 전반기에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갑자기 바뀌지 않습니다. 남은 임기를 과연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여러 언론에서 임기 반환점 기획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신문의 성향과 관계없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반기를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김건희 여사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비판 기사나 사설, 칼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론을 요청했다는 얘기를 저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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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 윤 대통령과 ‘브로맨스’ 과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어느 정도인지 좀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여론조사일 것입니다. 한국갤럽이 11월15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20%, 부정 평가는 71%였습니다. 일주일 전 긍정 평가 17%, 부정 평가 74%로 바닥을 찍고 반등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윤석열 대통령의 “어찌 됐든 사과”를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일까요?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분간 대통령 지지율은 20% 안팎에서 횡보할 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조사 수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오만방자-안하무인’ 태도가 그 증거입니다. 대선후보 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말한 그대로입니다. 언론의 평가나 여론조사 수치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다른 정치인들의 평가입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을 가장 정확히 평가하는 사람은 바로 다른 정치인일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11일 문화방송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전반기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했습니다. 말을 그대로 옮겨 좀 어색하지만,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내가 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자리에 오신 분이기 때문에 국정 전반에 대한 준비가 철저히 돼 있지 않은 그런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 2년 반 동안에 별다른 성과를 갖다 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2년 반을 갖다 잃어버린 윤석열 대통령의 상반기였다고 난 얘기를 합니다.”



‘잃어버린 2년 반’이었다는 뜻입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국민의 실생활과 연결된 양극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지엽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보다 민생 경제 실패를 더 큰 문제로 본 것입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과 한국 정치의 과제’ 특별강연에서도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저출생과 양극화”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동원해서 양극화를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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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11월 둘째 주 여론조사


홍준표 대구시장은 참 특이한 정치인입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습니다. 민심에서 이겼지만, 당심에서 지는 바람에 대선 후보를 뺏겼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사이가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홍준표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만나며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구시장이지만 중앙 정치에 대해 페이스북에 끊임없이 글을 올립니다. 한동훈 대표가 주요 표적입니다. 그런 홍준표 시장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정기포럼에서 연설했습니다. 연설 끝부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하는 거 보니까 저래가지고는 내년 초 되면 식물 정부 된다. 그래서 한달 전에 내가 대통령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 정부 싹 바꿔라. 대통령실도 싹 바꿔라. 쓰잘데기 있는 사람 별로 없더라. 전부 바꿔서 예산국회 끝나고 새해엔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서라. 당이 그게 수습이 안 되면 당은 포기해라. 안 되면 민주당하고 협상해라.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정상화시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해부터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온다. 우리 당 의원들은 좀, 1996년도, 1997년도 디제이 집권 때 새정치국민회의를 벤치마킹하면 좋겠다. 108명이면 3분의 1이 넘는다. 그럼 뭐라도 할 수 있다.”



강연 뒤 홍준표 시장에게 기자들이 “민주당하고 협상하라는 게 무슨 뜻이냐”, “대연정 하라는 거냐”라고 물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80석 갖고도 나라를 뒤흔들던 시절이 있었는데 108석 갖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눈만 뜨면 계속 갈등만 부추기고 갈등만 일으키고, 그 당하고 어떻게 정치를 해요! 그렇게 할 바에야 민주당하고 하지. 그렇지 않아요? 아무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지금 정부에서.”



“정부조직법 개편하려고 하는데 국회에서 됩니까? 안 되잖아. 뭐 인구부 증설한다고 이야기 잔뜩 해놓은 게 한참 된 거 같은데 법안 제출하고 여당 역할이 뭐예요. 아무 역할이 없잖아.”



“걸핏하면 내부 분란만 일으키는 여당, 대통령 단임제인데 윤 대통령은 5년 하고 나오는 것뿐이야. 근데 이 당에 기대할 거 없으면 민주당하고 협력이라도 해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는 게 그게 맞지 않아요? 왜 그런 생각을 못 해요?”





국정 성과 내려면 야당 협조 필수





홍준표 시장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을 제대로 돕지 않는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홍준표 시장의 말속에는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주당하고 협력해서라도 나라를 안정시키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홍준표 시장이 민주당과의 협력을 주문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같은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모든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정계 개편이나 연합정치를 시도했습니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려면 입법을 해야 하고, 입법을 하려면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거나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노태우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사례만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맞닥뜨린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 총재들과의 회담, 또 민정당 총재와 대표, 야 3당 총재들로 구성된 ‘5자 회담’에서 모든 정책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1990년 1월에는 3당 합당으로 216석이라는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야합이었지만 정치 안정과 국정 수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임기 말 한준수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로 위기를 맞자 노태우 대통령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현승종 국무총리의 중립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전에 이미 ‘디제이피(DJP) 연대’라는 이름으로 연립정부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영입해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2000년 4·13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패배하고 공동 여당이었던 자민련마저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자 자민련에 민주당 의원들을 ‘꿔주기’까지 했습니다.



2017년 5월9일 당선돼 바로 다음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여소야대로 출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자주 만나 정책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2020년 4·15 21대 총선 압승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고 그 상태로 임기를 마쳤습니다.





정치, 국가, 국민, 윤 대통령이 사는 길





윤석열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복기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및 취임 당시 국회는 압도적인 여소야대였습니다. 고난의 길이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사실을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취임 6일 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의회주의를 네차례, 초당적 협력을 세차례나 언급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회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초당적 협력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고,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도 거부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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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민주당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어디로 가지 않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홍준표 시장의 조언을 100% 받아들여야 합니다. 민주당과 협력해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입니다.



그래야 정치가 살고 국가가 살고 국민이 삽니다. 그래야 윤석열 대통령도 살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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