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단일팀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에게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은 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주고, 그중에서도 한솥밥을 먹으며 ‘짧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단일팀 구성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시중의 여론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오로지 올림픽 출전을 위해 땀을 흘려온 국가대표 선수 중 일부는 짐을 싸야 한다. 한 달이 넘는 합숙훈련으로 팀워크를 다진 탁구·축구의 단일팀과 달리 ‘평창 단일팀’ 구성은 시간이 촉박하다. 3주도 남지 않은 대회까지 팀워크를 다질 수 있을까. 나라의 평화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라는 정부의 방침이 시대착오적인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북한 선수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기보다는 피땀으로 마련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온 불청객쯤으로 여기고 있다. 젊은 세대의 대북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기원전 776년 8년 주기의 고대 올림픽을 4년 주기로 바꾼 이유는 빈발하던 전쟁을 피하고 그리스의 단합을 위한다는 것이었다. 올림픽은 이렇게 평화와 화합을 행한 ‘정치적인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지금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 중에는 한국계 귀화선수가 4명 있다. 여기에 북한 선수 몇몇이 합류하면 명실상부한 코리아 단일팀이 될 수도 있다.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다. 엔트리 탈락 선수를 위한 배려 역시 당연하다. 촛불정신으로 태어났다는 정부답게 독단과 불통이 아닌,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통한 ‘단일팀’을 기대한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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