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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검찰 특별수사·영장청구권 용인 수사권조정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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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뇌물 등 부패범죄는 경제범죄서 출발

검찰 폭넓은 직접수사권 인정되는 셈

1·2차 수사권한 구분 명확히 해야하고

영장청구권 조정도 법 개정으로 가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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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편안에서 가장 큰 의문을 낳는 대목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부분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던 문 대통령 공약 기조에서 후퇴해 경찰과 검찰을 각각 1차, 2차 수사기관으로 나눴지만, 정확히 어떤 상호작용이 이뤄질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탓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일정표 없이 검찰에 특별수사 기능을 남기는 등 타협점을 찾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을 보면, 검찰은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2차 수사와 보충적 수사,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만 맡게 됐다. 전문가들은 특별수사 기능을 검찰에 남긴 것은 사실상 검찰 권력의 핵심을 용인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금도 전체 수사의 98%는 경찰이 하고 중요 사건이나 이목을 끄는 사건 2% 정도만 검찰이 담당하는데, 검찰에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 기능을 남긴 것은 이 구조를 그대로 용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 관행에 주목하는 쪽에서는 수사권 조정이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뇌물 등 부패범죄 특별수사의 실마리가 경제·금융 분야 범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검찰이 이 분야 특별수사권을 유지할 경우 사실상 이전과 동일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최강욱 변호사는 “수사권 관할 범위를 사전에 세밀하게 조율하지 않으면 경제·금융 등 수사 단초를 따라 검찰이 얼마든지 전과 같은 기능을 보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의 ‘영장청구권’과 ‘수사종결권’ 등 수사권 조정의 각론에 대한 방향 설정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청와대는 ‘영장청구권’은 헌법 개정 사안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률 개정만으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희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는 “검찰이 부당한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을 때는 경찰이 법원에 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개혁위에 참여했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에 명시하면 개헌 없이도 경찰의 영장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 등 기관 간 권한 범위의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각 기관별 권한 범위 확장을 위해 수사권 남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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