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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매경춘추] 도심 밝히는 청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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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얼마 전 을지로에서 도예 공방 '퍼블릭쇼(Public Show)'를 운영하는 청년작가 팀을 만나 창업 소회를 들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4년 전 을지로에 둥지를 틀 때만 해도 소음과 먼지, 거친 철물공장에 둘러싸인 외딴 동네 같은 이곳에서 예술 창작을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작품성도 높이고 마케팅도 잘해서 목표 기간 내에 자립할 수 있는지도 막막했단다.

하지만 머지않아 예술과 동떨어진 듯한 주변의 조각, 주물, 타일, 조명 등이 도예와 잘 융합된다는 것을 알았고 숙련된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의 창작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작품이 영국 '브릭라이브 크리스마스 인 런던'에 전시되고 대기업의 상징 캐릭터 제작도 수주했다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다.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데도 작은 지원을 발판 삼아 험준한 창업 고개를 넘고 있는 그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구도심인 중구는 1980년대 이후 강남 개발을 타고 도심 서비스업체가 대거 빠져나간 데다 각종 개발 규제로 극도로 낙후되고 공동화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허물어질 듯한 빈 점포가 여기저기 방치돼 주변까지 활력을 잃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발상을 전환해 애물단지인 빈 점포를 도심을 밝혀줄 청년예술가나 상인의 창업 지원 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와 도심 침체 현상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주변 변화에 둔감한 노·장년 상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거점 역할을 기대해서다.

도심 곳곳의 빈 점포를 구에서 임차하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에게 일정 기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을지로와 한양도성 다산성곽길 등에서 12개 팀의 청년예술가들이 도예, 가구, 유리공예, 사진 등 다양한 제작·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인현시장, 중앙시장, 대림상가 등 전통시장 곳곳에도 약 40개 팀의 청년상인들이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중구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기꺼이 참여해 열정을 다해 도전하는 청년들이 고맙기만 하다. 많은 청년이 성공 열차를 타면서 주변의 기존 상인에게도 활력을 주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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