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낮아진 전망치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홀로 ‘반도체 겨울’을 맞이했다. 실적 발표 한 달 전부터 증권가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삼성전자는 하향 조정된 컨센서스(10조4000억원)도 크게 하회하는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6.66% 증가,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다만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1조3000억원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고,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제시한 건 KB증권이 유일하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예상 외의 부진을 기록한 탓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9월에 대두된 메모리 겨울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15일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내린 바 있다.
삼성전자 실적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 넘는 깜짝 실적을 내면서 메모리 겨울론을 밀어낸 분위기였지만, 삼성전자만 겨울론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기존 주력 매출처였던 범용 D램, 낸드 시장의 수요 부진을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만회하며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메모리 시장에서 AI 메모리, 범용 메모리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한 범용 D램이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가격과 출하량 모두 부진한 반면, 수요가 견조하고 이익률 또한 D램보다 크게 높은 HBM 시장에서는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달 말 내놓는 확정 실적에 앞서 발표하는 이번 잠정 실적은 전체 매출, 영업이익만 공개하고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는다. 다만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이 한때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원 혹은 그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하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DS 부문 영업이익을 5조원으로 예상한다”며 “인공지능(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해 메모리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구형 메모리 수요둔화에 1조5000억원의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하며 컨센서스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부문의 세부 실적으로 D램에서 영업이익 3조5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 낸드플래시에서 1조원대를 기록하고,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는 합산 영업적자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사업 부문별 전망치의 최저 수준을 종합하면 영업이익은 4조8000억원대로 떨어진다. 이는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인 6조4500억원보다 2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날 “DX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이 일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디스플레이도 1조원대 중반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TV, 가전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전반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실적 전망치 발표와 함께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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