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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기고] 강남 집값 상승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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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며칠 전 금융위원회는 영국 호주 등에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규제 없이 테스트할 수 있도록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 분야는 신성장산업 육성보다 집값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8·2 대책 이후 다양한 대책이 발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온통 집값에 쏠려 있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버블을 형성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정상적인 수준의 집값 상승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정책 역량은 규제 중심으로 운용해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강남 집값 흐름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상승 안정을 기대했지만,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규제의 역설이다. 앨빈 토플러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경고한다. 강남 집값 상승의 본질이 뭔가. 정부가 정조준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투기인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강력히 규제하면 집값 상승이 안정될까. 6·19 대책과 8·2 대책 이후 강남의 집값 상승 현상은 둔화됐다. 그러나 11·29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강남 집값이 더 많이 오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강남 집값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상승 원인은 교육제도 변경에 따른 강남 선호 증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부족한 대체투자처, 좋은 주거지에 대한 투자 및 거주 선호 유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시행에 따른 서울 내 공급 감소 불안감, 규제 강화로 인한 다주택자의 안정적 거래 위협, 정상적 거래 유지를 위한 매물 감소 등 다양하다. 다주택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 규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조치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 왜곡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조세로 집값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욱더 그렇다. 조세는 집값과 상관없이 조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원칙에 따라 생각해 보자.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다. 강남 집값이 고공 행진한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가격 조정은 어렵다. 투자 및 거주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획기적인 부동산 관련 투자상품을 만들어 지방에서 강남권으로 몰리는 투자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강남권의 실거주가 아닌 주택을 사두는 여유 구매 수요도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양질의 주거지를 만들어 강남권으로 집중하는 거주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양질의 주거지를 만들고 주택을 대처할 부동산 및 금융 관련 투자처를 만들려면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금융 분야에서는 핀테크산업 육성 정책이 활발하다. 그러나 부동산 분야의 프롭테크산업 육성책은 아직 미미한 단계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IT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산업으로, 이미 선진 외국은 프롭테크산업 육성 정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집값에 매몰돼 산업 육성에 역량을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 누르기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긴 호흡으로 부동산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 보면 어떨까. 프롭테크 관련 산업으로 자금을 흡수하고 주택 구입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면 집값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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