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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필동정담] 공항 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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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는 18일 개장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는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용 '패스트트랙(Fast Track)'이 설치돼 있지만 당분간 이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은 신속한 보안검색과 출입국심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전용 통로다. 두바이 공항, 영국 히스로 공항, 일본 나리타 공항 등 세계 주요 공항들은 프리미엄 승객에 대한 편의 제공 차원에서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상위 20위권 글로벌 허브 공항 중 시행하지 않는 곳은 세계 6위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은 2015년 3월부터 장애인·고령자 등 교통약자와 국가유공자에 한해서만 패스트트랙을 도입했다.

국내에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도입이 난항을 겪는 것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돈을 많이 낸 사람은 빨리 갈 수 있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높은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가 시간으로 보상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코노미석 주 이용자로 가끔 모아둔 마일리지를 털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정도지만 비용에 상응해 서비스가 차별화돼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고 본다. 이미 영화관에서도 시간·좌석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고 있고, 놀이공원도 바로 탈 수 있는 '매직 패스'를 도입했는데 공항 서비스에서만 가격 차별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상하다.

무엇보다도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삼는 국적 항공사들의 애로가 크다. 대한항공이 멤버인 항공연맹 스카이팀은 1000여 개 공항에서 신속 입출국심사를 포함한 '스카이 프라이어리티 서비스'를 시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도 140개 공항에서 '골드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전용 라인 출입국심사 등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혜택을 못 주다 보니 세일즈 경쟁력이 약해지는 셈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일부가 빠져나가면 이용객 분산 효과도 있다는 게 공항 측 설명이다. 항공사로부터 추가로 받는 공항이용료 수익금을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할 방침이라고 하니 나쁠 게 없다. 국민 정서 때문에 인천공항이 세계적 추세에 올라타지 못하는 것은 실로 유감스럽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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