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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전시장 한 가운데 누워 피부관리 받는 남자들...'남성산업 박람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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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족 겨냥한 체험 서비스 인기
한국타미야 주최 ‘미니사구 대회’ 성황
기술력 높인 ‘미니 드론’ 체험 줄이어

“피부관리를 받으러 왔는데요.”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2018 맨즈쇼’를 찾은 60대 남성 A씨는 곧장 남성 토털 뷰티케어숍 ‘퓨처핸섬’ 부스로 걸어가 “인스타그램에서 이벤트 소식 보고 사전 등록했다”고 말했다. 퓨처핸섬은 박람회 전 피부관리 사전예약을 받았다. 당일 이 부스는 피부관리를 받고 싶어 예약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사전 등록한 A씨는 바로 원하는 시간대에 관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등록한 남성들은 피부관리를 받기 위해 3~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정혁 퓨처핸섬 공동대표는 “60대 남성이 박람회를 혼자 찾아와 피부관리를 받겠다고 하실 줄은 몰랐다”며 “요즘 남성들이 미용관리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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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토털 뷰티케어숍 ‘퓨처핸섬’은 ‘2018 맨즈쇼’에서 사전예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부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백예리 기자


‘남성 산업’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2018 맨즈쇼(Men’s Show)’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맨즈쇼는 국내 유일 남성 소비산업 박람회로 남성 뷰티, 화장품, 패션, 액세서리, 자동차용품, IT기기, 면도용품, 건강식품, 드론 등 19개 분야 15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토요일인 지난 13일 맨즈쇼 행사장은 아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온 남성부터 혼자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는 싱글족까지 다양한 참관객들로 북적였다.

◆ “집 근처 뷰티숍 생긴다면 다녀볼 의향 있어”

이번 박람회에서 단연 인기를 끈 곳은 ‘그루밍족(grooming+族·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겨냥해 체험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들이다. 남성 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남성 토털 뷰티케어숍 ‘퓨처핸섬’과 손·손톱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네일업체 ‘바바라’는 이날 행사를 시작한지 한 시간만에 종료시간까지 예약자 명부가 꽉 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바바라 부스에는 쭈뼛쭈뼛 다가와 “이거(손·손톱 관리) 남자가 받을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묻는 남성들이 많았다. “야, 이거 같이하자”며 친구를 끌고 오는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여자친구와 박람회를 찾은 문은호(28)씨는 “난생처음 피부관리를 받아봤는데 생소했지만 기분이 좋았다”며 “집 근처에 가게가 생긴다면 다시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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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족을 겨냥해 체험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 부스는 당일 현장 등록을 하려는 참관객들로 붐볐다. /백예리 기자


지난 10월 경기 부천 상동에 문을 연 퓨처핸섬은 ‘남자의 멋을 찾아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남성 대상 스킨케어(피부관리)와 바디케어, 디톡스 기기관리 등 토털 뷰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최근 패션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남성들은 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이 이런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남성들도 거리낌 없이 관리받게 하기 위해 남성 전문 피부관리·뷰티케어숍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뷰티업체뿐 아니라 남성을 겨냥한 스킨, 로션, 팩, 향수, 선크림, 탈모방지 제품, 면도기 등 각종 그루밍 제품도 참관객의 눈길을 모았다. 한 남성은 선브러쉬(선크림을 스틱 형태로 만든 제품)를 선보인 ‘헬렌케이’ 부스에서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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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맨즈쇼’에는 캠핑, 안경, 지갑, 드론 등 다양한 패션·뷰티·여가 관련업체들이 참가했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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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덜트 산업은 꾸준한 수요 있어…지속 성장할 것

“저희 부스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원래 저희 고객인 분들이 많습니다.”

피규어 전문 유통 기업 킹콩스튜디오의 김인수 한국총괄 부장은 “2~3년 전만해도 피규어는 ‘덕후(어떤 분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사람)’들만의 문화였지만 지금은 피규어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이 다수 생겨났고 아재하비 등 피규어 관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도 늘어나고 있다”며 “오늘 부스를 찾은 참관객 대부분도 원래 킹콩 스튜디오의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스를 찾은 참관객은 피규어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피규어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또 평소에 관심 있게 본 캐릭터 피규어의 가격을 문의하고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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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관객이 피규어 유통업체 ‘킹콩스튜디오’ 부스에서 피규어를 촬영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킹콩스튜디오는 핫토이즈, 엔터베이, 굿스마일컴퍼니, 메가하우스, 킹아츠, 이미지나리움, 센티넬, 아이언 스튜디오 등 세계적인 피규어 제작사와 유통 계약을 맺고 인기 캐릭터 피규어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김 부장은 “킹콩스튜디오는 넷마블, 컴투스, 엠넷 등 업체와 협업해 피규어 등을 제작·판매하고 연매출 150억원을 내고 있다”며 “꾸준한 수요가 있어 앞으로 키덜트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 편에 크게 자리 잡은 모형자동차 전문업체 ‘한국타미야(TAMIYA)’ 부스에선 ‘키덜트족’ 참관객을 대상으로 한 ‘2018 제1회 타미야 미니사구(MINI 4WD) 한국 대표 선발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니사구’는 AA건전지 2개와 전동모터로 움직이는 사륜구동 미니자동차로, 1980년대 초등학교(국민학교) 앞 문방구에 어린이를 불러 모았던 장난감이다. 이 대회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트랙을 따라 세 바퀴를 돌고 가장 먼저 들어오는 미니사구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타미야는 성적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 항공권과 숙박비를 지원하고, 6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챌린지’에 출전시킨다.

이날 2018년 한국 대표 선발 경기에는 총 25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3인 1조로 경기를 펼쳐 우승자가 다음 경기로 올라가고, 토너먼트식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어른·아이 구분 없이 경쟁을 치르고 승패에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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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자동차 전문업체 ‘한국타미야(TAMIYA)’가 주최한 ‘2018 제1회 타미야 미니사구(MINI 4WD) 한국 대표 선발전’에는 아이들뿐 아니라 키덜트족 참관객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백예리 기자


한 남성 참가자는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스스로 디스어드밴티지(불이익)를 적용해 출발선 50㎝ 뒤에서 자신의 미니사구를 출발시켰다. 결국 남성 참가자가 승리를 거뒀지만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겨 “아버님, 다음엔 그렇게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는 사회자의 지적을 받았다. 장내는 한바탕 웃음이 이어졌다.

김승원 한국타미야 선발전 담당자는 “2016년 대회와 비교해 참가자가 80명쯤 늘었다”며 “미니사구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제품도 인기

이날 박람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드론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맞춤형 드론’을 선보인 키스코이앤엠 부스에는 미니 드론을 운전해보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키스코이앤엠 관계자가 드론 조종기의 조작법을 알려준 뒤, 체험자가 조종을 시작하자 미니 드론이 가볍게 날아올랐다. 미니 드론은 ‘안정적인 호버링(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을 보여줬다.

김태정 키스코이앤엠 대표는 “안에 들어가는 메인보드를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니 드론을 만드는 것이 대형 드론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키스코이앤엠은 기술력을 통해 안정적인 호버링을 선보이는 미니 드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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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관객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실제로 미니 드론을 조종해보고 있다. /백예리 기자


그는 이어 “현재 드론 트렌드는 대형 기체에서 작은 기체로 넘어가고 있다”며 “드론은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실제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기 가장 좋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2018 맨즈쇼’를 주최한 네오션게이트의 오두환 팀장은 “외모관리에 신경 쓰는 그루밍족, 놀이문화에 돈을 아끼지 않는 키덜트족 등 남성 소비시장은 커지는 반면, 남성을 타깃으로 한 박람회가 없는 게 아쉬워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지난해 맨즈쇼에 이어 올해도 남성 뷰티 관련 업체가 큰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올해 2만여명의 참관객이 이번 박람회를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우드토피아 주최로 목재 DIY 체험이 진행됐다. 참관객들은 30분~1시간 동안 DIY 필기구에 들어갈 나무로 된 ‘샤프대’ 부분을 만들었다. /백예리 기자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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