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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박정민이 말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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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은 반가운 영화다. 이 작품은 최근 한국 영화의 주류 서사인 스펙터클한 폭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대신 삶과 가까이 붙어있다. 영화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를 무대로 한다.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가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 ‘인숙’(윤여정)을 만나다. 숙식 해결을 위해 따라간 엄마의 집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이부동생 ‘진태’(박정민)가 산다.

주연 배우는 물론이고, 특별출연한 한지민, 김성령까지 연기 구멍이 없다. 이름을 모르는 조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영화 <동주>로 그 해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배우 박정민(31)의 활약은 이번에도 눈에 띈다.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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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는 항상 낯선 인물과 마주한다. 박정민은 그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장애를 가진 인물을 맡았을 땐 걱정이 됐다. 그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정민은 영화 준비과정에서 특수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세운 가장 큰 원칙은 장애를 가진 분들과 그들의 가족, 또 이분들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이 불쾌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저는 진태를 표현할 때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을 살려내려고 했어요. 혹시나 무의식중에 제가 특수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의 특징을 차용한다면, 마치 그 친구들을 제 캐릭터를 위해 이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진태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피아노였다. 삼십 평생 피아노를 배운 일이 없다는 그는 ‘피아노 천재’를 연기하기 위해 하루 평균 6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어느 날엔 건반과 건반의 경계가 안 보일 때까지 피아노를 쳤다.

“감독님을 만나고 바로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3개월, 찍으면서 3개월 한 6개월을 피아노랑 싸웠죠. 사실 컴퓨터 그래픽(CG)과 대역을 이용해서 촬영할 수도 있었어요. 이병헌 선배도 ‘작품을 위해서도 CG를 써야 한다’며 감독님을 설득하곤 했어요.(웃음)”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를 직접 소화했다. 한지민과 협연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촬영 현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병헌은 시사회에서 ‘박정민이 배우와 피아니스트를 병행해도 될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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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은 관객에게 따뜻함을 전하지만, 전형적인 가족 영화의 틀을 답습하진 않는다. 윤여정은 모성애가 넘치지만, 아들에게 종종 막말을 내뱉는다. 현실의 부모와 자식이 그렇듯, 해소할 길 없이 마음에 박힌 상처들은 잔가시처럼 그냥 그렇게 남는다. 인물들은 쉽게 화해하지 않고, 어렴풋이 서로를 이해할 뿐이다. 영화는 과하게 설명하느니, 장면을 뛰어넘고 만다. 몇몇 장면에서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기도 하다. 현실과 맞닿은 시나리오의 힘이 영화의 기틀을 꽉 잡아준다.

“시나리오 보고 제가 매니저한테 ‘저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먼저 졸랐어요. 사실 저는 시나리오 빨리 못 읽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대본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만화 보는 것처럼 한 번에 읽었어요. 웃음과 슬픔 다양한 감정들이 잘 녹아 있었어요. 병헌 선배가 이 영화를 하신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선배가 왜 이 영화를 골랐을까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본 뒤엔 모든 게 이해됐죠.”

이병헌과의 연기는 배울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선배는 촬영 현장에 올 때마다 아이디어를 내세요. 심지어 점심을 먹다가도 감독님께 ‘그 장면은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할 정도예요. 그런데 말로는 매번 ‘나는 공부 안 해’라고 하세요. 믿을 수 없죠.(웃음) 집에서 시나리오 안 보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니까요.”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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