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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자영업 매출 늘어도 임대료로 쏙쏙…법 개정안은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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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대료 인상률 상한 5%로 인하 등

대책발표 반년 넘도록 법개정 안돼

시행령 고쳐 실행해도 효과 의문

법망 피하려 보증금 우격다짐 인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늘리고

거절사유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도



한겨레

경기도 고양시 일산 마두역 인근 한 상가건물에 자영업 간판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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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임대료 부담 완화를 꼽고 있지만, 정작 실효가 큰 방안은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정해진 직후,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료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대료 상승 부담이 인건비 부담 못지않게 자영업자들의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혀온 탓이다.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의 공기 조직국장은 “장사가 잘되면 잘된다고 올리고, 안 되더라도 다른 상가에서 임대료를 올리면 덩달아 올린다. 자영업자들은 권리금, 인테리어 등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장사를 접을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건물주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인하 △현재 60~70% 수준인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임대차를 90% 수준까지 확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의 사유로 임대차계약 연장 거절 시 임차인 보호방안(퇴거보상제 및 우선임차권 도입 등) 마련 등이 뼈대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부분 대책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다만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 인하와 보호 대상 확대만 우선적으로 추진중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보호 대상의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보증금과 월 임대료의 100배를 합산한 금액)을 현재 서울은 4억원 이하에서 6억1천만원 이하로, 수도권(서울 제외 과밀억제권역)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 광역시 등은 2억4천만원 이하에서 3억9천만원 이하, 나머지는 1억8천만원 이하에서 2억7천만원 이하로 높였다.

하지만 이달 말께 이런 내용이 시행되더라도 실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5년 서울시가 조사한 서울 내 유동인구가 많은 상위 5개 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원에 이른다.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커 보호가 필요한 핵심 상권에선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자영업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비켜가기 위해 무리하게 매년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대 5년인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연장은 자영업자들의 오랜 숙원이지만,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째 되도록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자유한국당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도 못하고 상가에서 내몰리는 사례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선 9~15년 이상 장기임대차를 법적으로 보장한다.

여기에 더해 건물주의 꼼수로 5년조차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료를 3차례 이상 연체하거나, 재건축·철거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이런 조항을 악용해 건물주가 임차료 납입 계좌를 바꾸고, 임차료를 내려는 상인을 피하는 등 일부러 임차료를 안 받아 연체를 시키거나, 일부 수리 수준의 공사를 하면서도 재건축이란 명목 등을 내세워 상인을 내쫓기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영세 사업주 몫에서 뺏자는 것이 아니라, 소득 증대가 내수 촉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건물주에게 유리한 현재의 임대료 결정구조에서는 성장의 과실이 발생한다 해도 임대료로 흡수될 게 뻔하기 때문에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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