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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한중정상회담 당일 벌어진 중국의 야만적 한국기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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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던 14일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비업체 용역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국가 간 외교 문제를 넘어 언론 자유를 유린한 반문명적 사건으로 규탄한다. 국가 정상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는 기자단이 폭행당한 사례는 세계 언론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런 일이 백주에 벌어지는 중국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사건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기업 부스로 이동할 때 발생했다.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을 중국 측 경비 용역들이 가로막고 나섰다. 한 용역이 H일보 사진기자 멱살을 잡아 넘어뜨렸고 이 장면을 촬영하던 타사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았다. 1차 폭행이었다. 소동이 일단 마무리된 후 취재단이 대통령이 있는 홀로 이동했을 때 홀 입구에서 용역 직원이 다시 기자들을 가로막았다. 취재비표를 제시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이에 매일경제신문 이충우 기자가 항의하자 복수의 용역들이 이 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구타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춘추관 관계자들과 다른 기자들이 뜯어말렸지만 십수 명에 달하는 용역들을 당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기자를 빙 둘러싼 채 주먹을 퍼부었고 바닥에 쓰러진 이 기자 얼굴을 구둣발로 차기까지 했다. 이 기자는 안와골절상을 입었다. 한중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현재까지는 폭행 주체가 불확실하지만 중국 공안이 지휘하는 용역업체 직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행사는 한국 코트라가 주관하고 비용을 지불했으나 경비업체 선정과 지휘통제는 중국 공안 책임하에 이뤄졌다. 중국에선 1000명 이상 집회를 할 때는 공안 허가를 받아야 하고 당국이 지정하는 경호업체와 계약해야 한다. 당연히 이들은 공안 지시를 받는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진상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는 '유감'도 아닌 '관심'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루캉 대변인은 "문 대통령 방중에 맞춰 한국 측에서 주최한 자체 행사"라면서 "비록 한국이 주최했어도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표명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는 반응이다. 한국을 비롯한 문명국에서 언론은 국민을 대리해 국가 정상을 취재한다. 그들에게는 그럴 책무가 있다. 이날 한국 기자단의 취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정황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 당국에 엄중히 따져묻는다. 중국은 이런 기본적 언론 자유가 존중되지 않는 나라인가. 미국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단이어도 똑같이 대했을 것인가.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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