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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척당 연간 인건비 10억원 절검" 자율운항선박,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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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노르웨이 업체들이 건조하고 있는 100TEU급 자율운항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의 개념도. [자료 출처 = 유튜브 캡쳐]


사람이 배에 탈 필요가 없는 자율운항 선박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이해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선주 입장에서는 3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한 척을 운영하면서 연간 약 5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상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사람이 즉각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무인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e)'호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다 위의 테슬라'라는 별칭이 붙은 이 선박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기존 선박에서 선원이 하던 역할은 위성항법장치(GAP),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이 대신한다.

농화학기업과 방산기업이 함께 만들고 있는 이 배의 개발·건조 비용은 2500만달러(약 279억원) 수준으로 같은 규모의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3배 비싸다. 하지만 연료비와 선원 인건비가 들지 않아 연간 운용비를 90% 절감할 수 있다고 개발업체는 주장했다.

야라 버클랜드호는 내년 인도돼 1년간의 원격조종 테스트를 거친 뒤 오는 2020년부터 57.5km의 항로를 완전 자율운항할 예정이다.

한국선급은 자율운항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운용하면 현재 방식의 선박보다 척당 연간 5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현재 3000TEU급 선박에는 선원 20명이 승선하지만 자율운항선박의 선원 수는 4명까지 줄일 수 있어 인건비가 10억원 가량 감소한다. 반면 고가의 시스템과 자동화 장비를 사용하면서 유지비가 5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은 "자율운항선박을 도입하면 선가는 1.5배 비싸지지만 설비 운영비(OPEX)를 10~20% 가량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입장에서는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자율운항선박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전 때문이다. 선원조합 관계자는 "기름 유출과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원이 없으면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인간의 실수만 부각됐지만, 자율운항선박 시대에는 시스템 오류가 큰 문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오는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노르웨이의 야라 버클랜드 프로젝트 외에 영국 롤스로이스그룹도 오는 2020년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율운항선박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영국에서는 10년 이내에, 일반적으로는 오는 2035년이면 무인선박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조선업계가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는 한 걸음 뒤쳐졌다고 이 회장은 지적했다. 이미 유럽지역 조선소들이 시제품 제작에 나선 상황이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스마트선박 기술 개발은 선박의 운항 상태를 감시하고 연료를 아끼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19~2024년 모두 2800억원을 들이는 '스마트 자율운항선박 개발 사업'을 통해 스마트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도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 해양사고 예방, 안정적 운영 등에 필요한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는 '자율운항선박 및 해운항만 디지털 플랫폼 기술 개발' 사업에 오는 2020~2024년 3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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