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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골프장] 톱 골퍼마저 쩔쩔매게 만든 `魔의 홀`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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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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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에는 '로드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무시무시한 의미다. 지구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많은 톱골퍼가 이 홀의 잔혹한 심술에 가슴으로만 통곡하며 울음을 삼켜야 했다. 한국 골프장에도 로드홀로 불릴 만한 '마(魔)의 홀'이 꽤 있다. 2017년 남녀 44개 골프대회가 열린 코스를 분석한 결과 국내 톱골퍼들을 가장 괴롭힌 '한국의 로드홀'은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린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 16번홀(파4·533야드)로 나타났다. 원래 이 홀은 평소에는 파5홀로 운영됐으나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 때는 파4홀로 세팅돼 '야수의 발톱'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파5홀로 치러지던 이 홀을 올해 대회에서는 약간 거리를 줄여서 파4홀로 세팅했고 남서울CC 18홀 기준 타수도 '파72'에서 '파71'로 변경해 치러졌다.

5월에 열린 대회에서 이 홀 평균 타수는 4.69타가 나와 그동안 악명을 떨쳤던 솔모로CC 14번홀(체리코스 5번홀)을 제쳤다. 올해 8차 카이도시리즈 카이도 투어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솔모로 14번홀에서 4.67타가 나왔다.

'한국의 마스터스'가 열린 남서울골프장 16번홀에서 나흘 동안 버디는 9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보기는 200개가 쏟아졌고 더블보기 23개, 트리플보기 11개, 그리고 더블파 이상도 4개나 나왔다.

한국의 로드홀로 등극한 16번홀은 올해 대회에서 드라마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상희는 초반부터 공격 골프를 구사했다. 이글 2개를 잡으며 후반 3타 차 넉넉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상희는 16번홀에서 파5홀처럼 '3온 1퍼트'로 끊어 가는 전략을 써 '기적처럼' 파를 세이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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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악마의 홀이 됐다. 파5홀이 파4홀로 변하면서 선수들의 전략도 달라졌다. 1·2라운드를 치른 선수들은 "그냥 작년처럼 파5홀로 생각하고 라운드하겠다"며 "파 2개, 보기 2개면 만족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두 번째 샷을 할 때 욕심을 억누를 수 없었고 많은 선수가 치명상을 입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강한 바람이 몰아친 대회 3라운드 때 가장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3라운드 진출자 71명 중 버디를 잡은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고 파를 세이브한 선수도 25명에 불과했다. 보기 35개, 더블 보기 5개, 트리플 보기 4개, 한 번에 5타를 잃는 퀸터플 보기도 1개 나왔다. 3라운드 이 홀 평균 타수는 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4.86타였다.

지난해 국내 남자 골프대회가 열린 골프장 홀 중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곳도 남서울CC 18번홀(파4)이었다. 4라운드 평균 4.49타를 기록했다. 남서울은 2년 연속 남자골프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을 배출한 골프장이 됐다.

국내 대회에서 가장 악명을 떨쳤던 홀은 2007년 금강산아난티 NH농협오픈이 열린 금강산아난티골프장 12번홀이다. 당시 929m짜리 파6홀로 세팅된 이 홀의 4라운드 평균 타수는 6.89타였다. 4라운드 동안 버디는 4개에 불과했고 파도 9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보기 94개, 더블 보기 30개, 트리플 보기 14개에다 더블 파 이상은 5명이나 됐다. 1라운드 때는 기준 타수보다 1타 넘는 평균 7.08타를 기록했고, 3라운드에서는 버디가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2012년까지 메리츠 솔모로오픈이 열렸던 여주 솔모로골프장 14번홀(파4·체리코스 5번홀)도 2011년 4.77타, 2012년 4.85타로 어렵게 플레이된 바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 홀에서 자주 라운드하면서 현명한 공략법을 알게 됐고 이 홀 평균 타수가 올해에는 4.67타로 줄었다.

파5홀을 파4홀로 바꿔 치르는 것은 남서울CC 16번홀이 처음은 아니다.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 11번홀은 원래 파5홀이지만 대회 때만은 파4홀로 바꿔 세팅된다. 파4홀로 바뀐 작년 이 홀 평균 타수는 4.32타였다. '마의 홀' 수준이 아니었다.

올해 한국오픈에서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홀도 11번이 아닌 9번홀(파4·444야드)이었다. 이 홀에서는 4.52타로 올해 남자 골프 대회가 열린 홀들 중 세 번째로 어렵게 플레이됐다.

반면 남자 대회가 열린 코스 여러 홀 중 가장 이글과 버디를 안겨준 '천사의 홀'은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이 열린 드림파크CC 드림코스 18번홀(파5·541야드)이었다. 이 홀의 평균 타수는 4.4타에 불과했다. 파5홀인데도 불구하고 파4홀로 치러진 남서울 16번홀보다 타수가 낮았다. 나흘 동안 무려 이글 20개가 나왔고 버디 245개가 쏟아졌다. 파도 117개가 기록됐다. 반대로 보기 이상은 2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26개 대회가 열린 여자 대회 중 가장 어려운 홀은 예상 외로 파4홀이 아닌 파5홀에서 나왔다.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이 열린 동촌골프장 7번홀(파5·513야드)에서 평균 5.47타가 기록돼 '여자골프 마의 홀'이 됐다. 사흘 동안 이 홀에서 버디는 17개밖에 나오지 않은 반면 보기 99개, 더블보기 25개, 트리플보기 6개, 그리고 더블파 이상도 1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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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 대회 파4홀 중 가장 어렵게 플레이 된 곳은 보그너 MBN 여자오픈 '격전장' 더스타휴CC 3번홀(파4·437야드)이었다. 지난해까지 509야드·파5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437야드짜리 '긴 파4홀'로 바뀌면서 여자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파4홀로 등장했다. 하이원여자오픈이 열리는 악명 높은 하이원리조트 18번홀(423야드)도 올해 대회에서 4.38타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혜진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샷은 대회 최종 3라운드 273m로 짧게 세팅된 11번홀(파4) 이글이다.

내리막이어서 장타자라면 한 번에 그린을 노릴 수 있도록 짧게 만든 이 홀에서 최혜진은 우드를 잡고 끊어 가는 전략을 택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드라이버를 잡고 핀 7.5m 근처에 떨어뜨린 뒤 이글을 잡았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우승에 힘을 보탠 것은 '마의 3번홀' 사흘 연속 파행진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최소 보기 1개씩 범하며 무너진 이 홀에서 최혜진은 사흘 동안 보기 1개 없이 무사히 넘기며 '아마추어 고별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지난달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이었다. 아마추어가 국내 프로 무대에서 한 시즌에 우승을 두 번 차지한 것은 1999년 임선욱 이후 18년 만이었다.

여자 골프 대회가 열린 코스의 홀들 중 가장 쉽게 플레이된 곳은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레이크우드 산길·숲길 코스 7번홀(파5·483야드)로 4.52타가 나왔다. 이 홀은 이글과 버디를 쏟아내면서 '천사의 미소'를 보였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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