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승복한다. 블랙리스트 재조사 요구에 앞장선 판사들은 법원에서 우리법연구회의 후신(後身)처럼 여겨지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 모임 회장도 지냈다. 그런데 이 서클 출신이자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을 주장해온 법관대표회의에 관여한 사람을 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조사 공정성의 믿음을 주긴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을 지명한 후 사법부가 정권과 코드가 맞는 특정 서클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민변(民辯) 출신 이유정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가 중도 사퇴하자 우리법연구회 출신 유남석 재판관을 뽑았다. 7월 임명된 박정화 대법관,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된 이용구 변호사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판사직을 던지고 청와대로 갔다. 그는 판사 시절 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냈다. 김 대법원장은 판사 3000명의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일선 법관 몫 대법관 추천위원회 위원도 인권법연구회 판사에게 맡겼다.
우리법·인권법 연구회 출신 가운데는 튀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판사가 많았다. 2011년 우리법연구회 회장인 판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고 비난했고,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한 판사도 나왔다. 올해 인권법 소속 어느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고, 다른 판사는 대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고 노골적인 정치 발언을 했다. 이렇게 이념과 사고방식이 균형 잃은 사람이 많은 특정 서클 회원들이 사법부 요직(要職)이란 요직은 독차지하고 있다. 마치 과거 군 요직을 독식한 '하나회'를 방불케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사법부를 공정하고 중립적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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