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지금, 바야흐로 체험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박물관이나 지역 명소를 점찍듯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능동적인 여행을 한다. 전문가가 동행하는 테마여행 패키지 상품에 사람들이 몰리고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런 움직임은 관광 선진국에서부터 일어났다. 싱가포르 역시 마찬가지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아예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Passion Made Possible)'란 새 브랜드를 내세워 국가 차원에서 체험 위주의 관광을 강조한다. 새 브랜드 론칭 행사를 위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싱가포르관광청 창치페이 부청장을 만났다. 복합리조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창 치 페이 부청장은 콘텐츠·브랜드 기획자로 완전히 변신을 끝낸 참이었다.
-새 브랜드가 거창하다.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는 비단 관광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 관광과 경제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다. 브랜드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개국 4500명에게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더니 '열정'과 '가능성'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더라.
-말만 들어서는 잘 와닿지 않는다.
▷두 가지 예를 들어주겠다. 2012년 개장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정원이다. 개장 후 지난해까지 3000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낮엔 초록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거닐고 밤엔 불 밝힌 '자이언트 트리'를 감상한다. 또 하나는 포뮬러원 대회.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도심 속 야간 레이스'로 매년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대회를 보러 싱가포르를 찾는다. 미래지향적인 인공 정원도, 유일무이의 레이싱 대회 개최도 열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말레이 반도 최남단에 붙어 있는 싱가포르는 면적 697㎢, 서울(605㎢)보다 약간 큰 도시국가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하에 있다가 독립한 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된 이 작은 섬나라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대국이다. 세계관광기구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1291만명, 관광객이 쓰고 간 돈만 183억달러(약 20조원)에 달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2016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24만명, 관광수입은 172억달러(약 19조원)를 기록했다. 이른바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관광지. 조그만 땅덩이에 역사도 반백년밖에 되지 않은 싱가포르가 이룩한 성과는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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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하면 마리나베이샌즈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싱가포르의 상징이자 전 세계적인 아이콘이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멋진 건축물만 보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으로 하여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재방문율보다는 체류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체류기간이 곧장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과 폭넓은 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새롭게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100명을 꼽았다. 미식, 컬렉터, 탐험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등장해 싱가포르의 매력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도 제작하고 새로운 관광 코스도 개발했다.
-어딜 가나 '미식'을 이야기한다. 싱가포르 미식 여행의 강점이 뭔가.
▷사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문화가 비슷하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길거리음식 문화가 발달돼 있고 겹치는 메뉴도 여럿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전통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셰프들이 많다. 동남아시아에서 최초로 미슐랭가이드북이 발간된 곳이 싱가포르라는 것을 아시는지. 우리는 미식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같은 메뉴라도 길거리에서 먹는 것이 다르고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만드는 것이 다르다. 예산에 따라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싱가포르가 단기간 내에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친환경적이고 깨끗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Green, Clean, Safe). 위생적이고 테러 걱정도 없어서 여성 혼자 여행하기도 좋다. 다양성도 좋은 면으로 평가받는다. 종교 분쟁은 싱가포르에 없다. 다양한 민족이 서로를 인정하며 살고 있다. 길 하나 사이를 두고 교회와 이슬람사원, 힌두교사원과 절이 마주 보고 있는 풍경이 흔하다.
-싱가포르 음식과 명소 하나씩 추천한다면.
▷바쿠테를 꼭 드셔보시길. 돼지갈비를 푹 끓여 만든 보양식으로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솔푸드로 꼽는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것과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들어주는 것을 비교하는 것도 재밌다. 디저트로는 제니스 웡의 디저트 바 '2am'을 추천한다. 그녀는 싱가포르 미식 업계의 떠오르는 아이콘으로 예술적 감각이 가미된 디저트를 만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명소는 서던 리지 워크(Southern Ridges Walk)다. 켄트 리지 파크(Kent Ridge Park), 텔록 블랑가 힐 파크(Telok Blangah Hill Park), 마운트 페이버 파크(Mount Faber Park) 등 세 공원을 잇는 길이 5㎞ 하이킹 코스인데, 마천루 빌딩숲 이미지가 강한 첨단 도시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녹음이 짙다. 텔록 블랑가 힐 파크와 마운트 페이버 파크를 연결하는 핸더슨 웨이브 브리지가 압권. 울창한 숲에 우뚝 솟은 핸더슨 웨이브 브리지는 이름처럼 파도의 일렁임을 표현한 다리다.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다리엔 야간 조명이 들어와 사진 포인트로도,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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