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막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5년간 강력한 국유기업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국유경제 규모를 줄이고 민영기업을 지원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보완하겠다는 것. 시 주석은 18일 개막식 보고에서 "국유경제 분포를 최적화하고 국유경제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며 "국유기업 개혁을 심화하고 혼합소유경제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혼합소유제란 중국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소유한 국유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자본을 주주로 참여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특히 영리성이 강한 항공, 통신, 석유화학 분야가 주된 대상이다. 지난 8월 통신 분야 국유기업에 처음으로 알리바바 등 민간기업들이 약 13조원을 투자하며 혼합소유제 시동을 걸었는데, 이를 집권 2기에 더욱 확대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도다. 집권 1기에 철강, 원전, 해운 등의 분야에서 국유기업 합병을 통해 국유기업 수를 줄여 거대 기업 위주로 재편했다면 집권 2기에는 경쟁논리를 주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시 주석이 국유기업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중국 전국적으로 15만개에 달하는 국유기업들이 비효율과 부패의 온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대형 국유기업만 100여 개에 달하며, 전체 국유기업의 총자산은 100조위안(약 1경7000조원)이 넘어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다. 이들 대다수는 관료적 기업문화와 정치적 의사결정 등으로 인해 민영기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해온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 정책도 지방정부-국유은행-국유기업으로 이어지는 정경유착 구조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반부패 사정에 걸려 낙마한 국유기업 경영진은 수백 명에 달한다.
이와 반대로 민영기업에 대해선 적극 지원한다는 게 시진핑 2기의 구상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 보고에서 "민영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각 부류의 시장주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을 고취해 더 많은 사회주체가 창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그동안 국유기업들이 독점해온 분야에 민영기업들의 진입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시 주석은 "네거티브 규제제도를 전면적으로 실행해 공평 경쟁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가격 자율화를 확대하고 서비스업의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과 같은 중국 국유기업들과 반대로 민영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메인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기업 텐센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중국시장 판매성장률 1위 지리자동차,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 화웨이 등이 모두 민영기업이다.
시 주석의 구상대로 국유기업 개혁이 성공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 국유기업들이 너무 비대해져 전면적인 수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대기업들에 '대마불사' 논리가 적용됐던 것과 유사하다. 이와 관련해 국유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 하오펑 서기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유기업들의 자산이 올해 말 55조위안(약 9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유기업이 185개국에 투자한 해외자산 가치도 6조위안(약 1000조원)에 달한다. 일부 국유기업들은 혁명원로 자제들이 막후에서 지배하고 있어 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18일 당대회 보고에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간 공정경쟁뿐 아니라 도농 간, 계층 간 균형 발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 주석은 "혁명 근거지와 변경 지역, 빈곤 지역 발전을 가속화하겠다"며 "서부대개발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동북 지역도 노후 공업기지 부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질 높은 취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공식 실업률이 5%가 안될 정도로 양호한 상태지만, 취업자의 상당수가 일용직과 텔레마케터 등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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