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매경춘추] 내가 만난 일론 머스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를 만난 적이 있다. 국내에 전기차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이었는데, 머스크가 꿈꾸는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30분 예정이던 만남이 1시간 이상 늘어나며 활기를 띠었다.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는 담대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화성으로 이주하는 게 필수라고 믿었고, 인류가 다른 은하계로 진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대단한 꿈'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가 세운 스페이스X가 민간 항공우주 기업의 대표주자가 되고 세계 최초로 '리유저블 로켓' 기술을 개발하는 걸 목도하면서, 그는 '꿈꾸는 자'가 아니라 꿈을 현실로 만드는 '담대한 혁신가'란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자면 그의 혁신은 기존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고(Rethink),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며(Reimagine),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하는(Reinvent), 3R을 통해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머스크의 새로운 3R 실험이 미국 행정부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 정부효율부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효율부의 역할을 관료주의 해체, 과도한 규제의 철폐, 불필요한 지출 삭감 등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이 세 가지 모두 대다수 국가가 고민하는 문제인 데다 머스크가 정부의 역할을 전면 재창조한다니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많은 국가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사회보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연금 개혁과 맞바꾼 지지율'이라고 할 만큼 지지율 폭락에 부딪친 상황이다. 문제는 당장 올해부터 연금이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제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부의 일은 국민의 이해와 정권의 유불리가 맞물려 작은 변화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더욱 정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시가 급한 문제를 두고 당장의 논란이나 이해관계에 묶여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머스크가 말하는 이른바 '시간세(time tax)'를 모든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의 지속가능성 문제만 하더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봉착할 눈앞의 문제다. 우리 또한 논란을 두려워하며 국민에게 시간세를 물리고 폭탄을 돌리기보다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상상하며 완전히 바꿔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야 할 때다.

정부는 효율성만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그것이 최고의 가치일 수 없다. 하지만 오래 묵은 관행에서 벗어나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탈바꿈한다면,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고 더 나은 미래 비전과 정책을 제공하는 새로운 정부의 미래가 열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미국 정부효율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이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며 한국 정부의 조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좋은 팁이 돼줄 것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