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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인사이드 스토리]금감원의 교훈 '선을 한번 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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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사람 봐주기' 잇단 원칙 무시 금융 검찰서 '비리 조직'으로 추락 [비즈니스워치] 원정희 기자 jhwon@bizwatch.co.kr

"언제부터인가 정치바람을 타면서 외부 청탁을 잘라내지 못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전직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가 최근 금감원의 잇단 특혜비리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하더군요. 그가 말한 '언제부터'라는 것은 최수현 전 원장 시절을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변호사 특혜 채용비리가 있었던 때가 그 시절이었으니까요.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부탁으로 임 전 의원의 아들을 특혜채용한 것인데요. 이 건으로 김수일 전 부원장(당시 부원장보)과 총무국장이었던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최근 법원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최 전 원장은 법망을 피했지만, 최 전 원장과 임 전 의원은 행정고시 동기이고 충청지역 동향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압이든 친분에서든 금감원은 청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채용 과정에서 무리하게 평가항목을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무너진 원칙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 게 아닐까요. 두번째 세번째 채용비리를 낳고, 결국 조직은 만신창이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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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는 당시 총무국장이 '지인의 부탁'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현재 이 지인으로 거론되는 인물 A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감원에서 고위직까지 지낸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가 부탁했던 인물은 한때 그가 기관장으로 있었던 모 국책은행 고위 간부의 아들입니다. 그 고위간부는 과거 A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해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필기시험 합격 대상자에 들지 않았던 이 지원자는 결국 총무국장의 노력(?)으로 채용 인원을 확대해 합격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총무국장은 면접에서도 해당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줍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현재 A는 외압을 넣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닌듯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친한 사람 봐주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더욱이 감사보고서와 현재까지 나온 얘기들을 종합하면 총무국장-담당 부원장보-수석부원장 등 결재라인을 거치면서 단 한번도 'NO'라고 하거나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도 없었습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도 그렇습니다. 엄연히 평가 기준 등이 있는데도 자의적으로 평가점수를 변경하거나 수정하고 금감원 출신에 특혜를 줬으니까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또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해 바늘 하나라도 들어갈 틈을 용납해서는 안되는 조직이 금감원입니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은 금융검찰이라고 부르고, 무서워합니다.




이런 조직에서 최근 몇년새 잇따라 채용비리가 발생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해 '업무' 감사를 주로 해왔습니다. 문제가 생기는 곳도 항상 그쪽이었고요. 카드사태,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등 주로 이런 쪽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징계도 대부분 이런 업무를 했던 부서 담당자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이번엔 좀 달라 보입니다. 이 때문에 보복 감사, 억지결론이란 의혹도 제기합니다. 반대로 그동안 감사원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사이 도덕적 해이도 더욱 심각해진 것 아니냐고도 합니다. 일각에선 '인사 라인'에 대한 원망 섞인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요. 한번 무너진 원칙이 결국은 '비리 조직'이란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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