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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美 안보라인, 방송 총출동… 대화파 틸러슨도 군사행동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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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연설 앞두고 강한 對北 압박… 국제사회 동참 촉구]

틸러슨 국무장관 - "외교 노력 실패땐 군사옵션뿐"

헤일리 유엔 美대사 - "화염과 분노 발언, 엄포 아니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 "트럼프, 핵무기 위협 용인 안해"

親北 베트남도 北외교관 추방… 對北 국제 공조 곳곳서 성과

조선일보

틸러슨, 맥매스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17일(현지 시각) 일제히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옵션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북 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멕시코·페루·베트남 등은 최근 잇달아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일제히 군사옵션 거론한 외교·안보라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 "만일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단 하나 남는 것은 군사옵션"이라며 "이는 매우 강력하고 단호한 군사적 옵션으로 뒷받침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확한 것은 미국이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메시지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과거) 대북 원유 공급을 끊은 적이 있고, 우리(미국)는 그런 영향력을 중국이 다시 사용해주길 요청한다"며 "러시아도 3만명에 달하는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해 조처를 해달라"고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최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 무역의 약 90%가 차단되는 만큼 유엔 안보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거의 소진됐다"며 "외교 옵션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를 다루게 된다.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군사옵션이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은 말에 책임을 지려 한다"며 엄포가 아니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과 폭스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우리 시민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든, 외교든, 필요하다면 군사옵션을 준비하든 우리는 정말로 매우 다급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도발까지 하면서 워싱턴 내 기류가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 재무부에선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추가 독자 제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베트남도 北 외교관 추방… 성과 내는 국제 공조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이날 발언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외교전의 의미도 있다.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과 가깝던 베트남은 지난 7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외교관 신분의 김동호 베트남 단천상업은행 대표를 자진 출국 형식으로 사실상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안보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단천상업은행은 북한이 해외에 판매한 무기 대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입지가 줄어드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7일 멕시코가 북한 대사를 '외교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 데 이어 11일에는 페루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달 중남미 순방에서 "브라질, 멕시코, 페루, 칠레 등에 북한과의 모든 외교·통상 관계를 단절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한 뒤에 나온 것이다. 또 쿠웨이트도 최근 북한 대사에게 떠날 것을 통보했고, 6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갱신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와 불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북한 외교관 숫자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3대 무역국인 필리핀도 이달 초 북한과의 무역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모든 거래를 끊겠다"고 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11일 안보리 회의에서 "태국이 북한과의 거래를 대폭 축소했다"고도 했다.

한편, 워싱턴 일각에선 이번 유엔 총회에서 틸러슨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21일 북핵 대책을 논의하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고, 리 외무상은 22일 유엔 총회 연단에 설 예정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조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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