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홍경한 지음, 리모 그림, 재승출판 펴냄
우리나라에는 1만5000여점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 중 심미성을 포함한 예술성과가치, 각각에 새겨진 흥미로운 내레이션 등을 기준으로 저자가 38점을 선정해 이 책에 담았다.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준비하면서도시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공공미술품을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미술을 공공공간에 가져다 두기만 하면 도시 환경을 갱생한다’고 여긴 태도였다. 공공미술에 관련해 1000억원에 가까운 거대한 자본시장이 열렸고, 온갖 잡음도쏟아져 나왔다.여기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대중이다. 공공의 주역인 대중은 영문도 모른 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미술장식품으로시각공해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이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공공미술의 공공성을 놓고논의가진행되고 있다. 미술관을 벗어나 자유로워진 미술이 특정 장소에 개입해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공공미술의 순기능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불특정 다수의 삶에 침투해 그들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게올바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공공미술은 도시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고려돼야 하고대중은 단순히관람자가 아닌 주변 환경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야 한다.
이 책은 일상에서 만나는 조각 29점, 삶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장소 9곳, 공공미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8가지를이야기한다. 서울 광화문의 흥국생명빌딩 앞 조형예술품 ‘망치질하는 사람’은 러시아 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작품이다.현재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공공미술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높이 20m, 무게 50t 육중한 이 ‘움직이는 조각’은 반나절 동안 35초에 한 번씩 규칙있게망치질을 한다.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동작은 도시인의 삶을 상징하며, 손에 들고 있는 망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도구를 사용하는인간을 가리키며 노동의 신성함까지 보여준다.
저자는 이 작품에 대해 “단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건물의 장식에 머문조형물을 ‘시민들과 동반’하는 공공미술로 거듭나게”했다고 높이 평가한다. 저자는“이 ‘검은색 자이언트 사나이’가 안고 있는 진정한 덕목은 미술관 밖을 벗어난 미술이 어떤 특정한 장소에 개입하면서 일으키는 물리적 파동이 불특정 다수의 삶에 스며들어 변화를 불러오는 것에 동의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해머링 맨>은 그 어떤 작품보다 자유롭다”고 강조한다.
<해머링 맨>이 팔을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인사한다면, 을지로3가역 근처의 롯데시티호텔 명동 앞에는 <인사하는 남자>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있다. 이 작품의 연한 푸른색은 차별 없음, 중립적이고 경계 없는 태도를 뜻한다. 인사하는 각도는 약 15도로경직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자세인데 이 인사가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인사하는 남자>는 이곳 외에도 서울 종로구와 경기도, 강원도 등에있다.
작가는특히 경기도 연천군 옥녀봉에 있는 <인사하는 남자>에 대해“남북이 소통하며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반가움과 환영의 의미를 기본으로 내재하고 있는 이 작품은 비무장지대(DMZ)에도 세울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못하고 있다. 그러나해외 분쟁 지역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설치됨으로서그 의미를 널리 전하고 있다.
서울 이화동의 벽화마을은 정부의 ‘소외 지역 생활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으로 벽면과 돌계단에 벽화를 그렸고이것이 TV와 SNS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문제는 방문객들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소음과 쓰레기 등으로 골머리를 앓은주민요청으로결국 작가가 직접 그림을 지웠다.이 ‘그림을 지운 행위가 옳았느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에 과연 지역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지, 마을을 공공의 의제가 아닌 공공의 장소로만 본 것은아닌지, 그림을 지운 방식이 폭력적인 것이 아니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저자는“중요한 것은 공공미술은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고, 주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개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제적 가치로 바라보는 사람들 간 입장이 조율되어야 공공성이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스스로참여하는 게중요하다고 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공의 개념을 담은 주요 미술작품과 예술적 근대건축물을 소개하면서한국의 공공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부제는 ‘우리가 몰랐던 공공미술에 관한 이야기’다.
최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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