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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차 한잔 나누며]“판사들, 권력에 굴복 않는 소신과 용기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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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의, 판사’ 책 펴낸 양삼승 변호사/40년 법조인생서 얻은 경험 통해/일그러진 사법부의 민낯 파헤쳐/통치자들, 검찰 이용 사법침해/비겁하게 대응… 상당한 책임있어/사법개혁 핵심은 ‘공정재판’ 환경/강도 높은 검찰개혁도 동반돼야

세계일보

양삼승 변호사는 지난 8일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검찰이 사법부에 한 과거사를 조사해 백서로 꼭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상윤 기자


“국민이 사법개혁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는 줄 아는가. 그건 사법부가 권력을 남용해 왔다는 게 아니라 ‘사법부, 너희는 너무 약했어, 권력자들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줬어, 이젠 그러지 말고 네 소신대로, 법대로 판결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등 25년간 법관으로 근무했던 양삼승(70)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는 8일 ‘사법개혁 논의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사법개혁이 논의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은 뒤 이같이 진단했다.

“권력이 검찰 등을 이용해 민주화 운동가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유죄를 내려라, 10년형으로 해라’라고 압박하면 판사들이 용기를 갖고 판단해야 하는데 ‘무죄 판결하면 (권력에) 얻어맞을 것 같은데, 10년 해 달라고 하니까 5년만 내리지’라고 겁먹고 살아온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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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권력과 사법부 간 관계를 파헤친 책 ‘권력, 정의, 판사’(까치)를 펴낸 양 변호사를 이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위치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책은 권력 및 검찰에 의해 일그러진 사법부의 민낯과 대표 판결을 살펴본 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양 변호사는 1974년 임관한 이래 25년간 법관으로 봉직하며 헌법재판소 연구부장과 윤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고 1999년 퇴직한 뒤에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2009년엔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날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며 자신의 의견이나 경험을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인터뷰는 책 자체가 사법개혁을 담고 있어 자연스럽게 사법 및 검찰개혁,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등 법조계 현안과 자신의 40여년 법조 인생에 집중됐다.

양 변호사는 “통치권자, 즉 대통령이 사법부를 짓누를 때 그가 직접 대법원장이나 법관에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검찰을 끼워 넣어 한다”고 권력의 사법 침해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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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상대방’이 권력을 동원해 극단적으로, 비정상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용기라고 강조한다. “판사들이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이용하는 핑계수단이 뭐냐 하면 ‘나서서 투쟁하면 판사가 점잖지 못하다’고 둘러대는 것이다. 도사인 척하는 거다.”

양 변호사의 사법부 및 법관 독립사상은 그가 겪은 네 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즉 △국가배상법 위헌결정 후 대법관이던 아버지의 퇴임(1973) △형사소송법 위헌심판 청구와 검찰의 견제(1992) △미국 연방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와의 만남(1995) △‘불의의’ 퇴임(1999) 등 슬프고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양 변호사는 최근 법조계 내에서 일고 있는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눈에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대법원장이 권력과 보조를 맞춰 왔구나’라는 걸 판사들이 감지하고 반발하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1971년 1차, 88년 2차, 93년 3차 사법파동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핵심은 판사들이 정의롭게 재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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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변호사는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그는 “경찰의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수사권 조정을 반대한다는 건 개혁의 큰 틀을 벗어난 것”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개혁의 큰 틀을 가져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정부가 검찰개혁을 사법개혁과 따로 추진하면 안 된다며 검찰이 사법부에 나쁜 영향력 행사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검찰청 건물을 법원 건물과 떨어뜨리기 △검사의 대법관 임명 관행 중단 △검찰이 사법부에 가한 과거사 정리 세 가지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뜻도 강하고 노무현정권에 이어 두 번째여서 경험이 축적된 측면도 있고, 특히 국민이 강하게 열망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양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대법원장이 되면 큰 틀의 개혁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지금까지 처신해온 것과 달리 반대쪽 입장도 고려,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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