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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김현주의 일상 톡톡] '대한민국=피로사회' 만성피로 호소하는 현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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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도 이제 한풀 꺾였다곤 하지만, 그간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누적된 불면(不眠)의 피로감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극심한 피로도와 수면 부족을 비단 무더위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치열한 경쟁시스템과 업무 우선주의 환경이야말로 불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이 큰 것입니다.

그렇다고 충분하게 수면을 취하거나, 쉴 수 있는 여유가 많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피곤함을 내쫓고 편안한 잠을 청하기 위해 수면카페·마사지샵을 이용하거나, 안마기구를 구입하는 등 무언가에 의지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에너지드링크(energy drink)’와 ‘릴렉스드링크(relax drink)’ 시장이 확대하는 것도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줍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로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지, 에너지드링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세계일보

전체 86.6%는 요즘 현대인들은 누구나 피곤한 것 같다고 밝혔다.

10명 중 6명은 최근 이유 없이 만성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평소 수면시간이 충분하다는 의견은 12.6%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본 경험이 있었으며, 가장 큰 음용(飮用) 이유는 졸음을 쫓기 위해서였다.

다만, 계속 마시면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25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피로도 및 에너지드링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6%가 요즘 현대인은 누구나 피곤하기 마련이라는데 동의할 만큼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른바 ‘피로사회’의 모습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나 직업과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누구나 피곤하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특히 대부분(75.8%) 피로감이 지속되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요즘 들어 건강상의 문제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소비자가 전체 64.9%에 달하는 것도 만성피로와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래도 연령이 높을수록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를 훨씬 많이 하고 있었다.

◆10명 중 6명 "최근 이유 없이 만성 피로감 느낀다"

직접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6명(58.3%)이 최근 이유 없이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으로, 그중에서도 3040대가 만성피로에 많이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또한 낮 시간 동안 피로감을 자주 느끼거나(63.9%),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55.5%)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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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수면 부족을 겪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10명 중 4명 정도가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38.5%)이며, 자다가 자주 깨는 편이라고(37.9%) 응답한 것이다. 잠을 자다가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는 소비자도 32.4%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면부족 현상 뚜렷, 평소 수면시간 충분하다는 의견 전체 12.6%에 불과

사회전반적으로 피로감이 큰 만큼 평소 수면 및 휴식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먼저 평소 수면시간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 충분하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전체 12.6%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수면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36.9%)가 훨씬 많았는데, 다른 연령에 비해 10대(43.2%)와 30대(41.6%)가 수면시간 부족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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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중 1명(48.9%)은 부족한 편은 아니라는 정도의 의견을 내비쳤다. 휴식시간이 충분한지에 대한 태도도 비슷했다. 평소 휴식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14.6%에 그친 반면,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32.9%로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휴식시간이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30대(45.2%)로, 30대는 수면 및 휴식시간 모두 가장 충분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가활동 시간에 집에서 휴식 취하거나 부족한 잠 보충하는 사람 많아

이렇게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특별한 여가활동을 즐기기 보다는 그 시간을 활용해 수면과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평소 여가활동 시간에 주로 하는 활동으로 집에서의 휴식(65%·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이다. 또한 대표적인 취미생활인 '영화감상'(41.9%)과 '친구 및 지인과의 만남'(37.9%)에 이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37.1%)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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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만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부족한 수면과 휴식을 보충하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소 지속하는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4명 중 1명(25.3%)이 피로를 풀기 위해 마사지샵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었으며, 안마의자와 전동안마기 등 안마관련 기구를 구매 및 렌트한 경험(17%)도 더러 있었다. 또한 지속되는 피로감 때문에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거나(16.8%), 비타민 및 영양 수액주사를 맞아본(13.4%) 소비자들도 존재했다.

◆피로 느낄 때 커피 많이 찾아

평소 업무나 학업 중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경우 사람들은 주로 스타벅스, 폴바셋 등 커피전문점을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피로해소 방법으로 커피를 마신다(47.9%·중복응답)고 응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특히 30대 이상에서 커피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스트레칭을 하거나(27%), 친구·동료들과 이야기하고(26.2%), 가볍게 게임을 하면서(22.5%) 업무와 공부로 인해 쌓인 피로감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으며,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21.4%), 잠깐 잠시 눈을 붙이는(19.7%) 방법도 이용되었다.

피로회복을 위해 에너지드링크(7.6%)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상대적으로 20대(13.2%)가 많이 이용했다. 그에 비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대체로 그냥 잠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54.5%, 중복응답)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그밖에 △수면에 도움되는 음악을 듣거나(22.2%) △가볍게 술을 한잔 마시거나(16.3%)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서(13.8%)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최근 피로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에너지드링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실제 전체 응답자의 84.2%가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남성과 20~40대가 에너지드링크의 음용 경험이 많았다. 다만 음용자의 절반 가량(48.8%)이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마시지는 않는다고 응답한 데서 알 수 있듯, 에너지드링크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하루 1회 이상(1.7%) 또는 일주일에 2~3회(9.5%) 내지 4~6회(1.5%) 정도 자주 마시는 소비자는 적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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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이유는 졸음을 쫓기 위한 목적(43.9%·중복응답)이 가장 컸다. 특히 젊은 층이 잠을 깨기 위해서 에너지드링크를 많이 찾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30.8%), 공부 및 업무 중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27.9%) 많이 찾는 편이었으며, 밤을 새야 하는 경우(23.7%)에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에너지드링크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들은 왠지 몸에 안 좋을 것 같다(49%·중복응답)는 우려를 가장 많이 표시했다. 카페인의 함량이 너무 높고(42.2%),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39.6%)는 이유에서였다.

향후 에너지드링크의 음용 의향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전체 10명 중 6명(61.4%)이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볼 의향을 밝힌 것으로, 평소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 에너지드링크 음용 의향이 높은 게 특징이었다. 수면부족으로 피로도가 높은 사람들이 에너지드링크를 많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또한 필요하면 언제든지 마시겠다는 ‘적극적인 의향’의 경우 남성과 10~30대에게서 보다 많았다. 반면 10명 중 3명(28.6%)은 웬만하면 잘 마시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으며, 전혀 마실 의향이 없다는 소비자는 8.3%였다.

◆73.2% "에너지드링크 계속 마시면 내성 생길 듯"

에너지드링크와 릴렉스드링크 모두 아직까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훨씬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에너지드링크와 관련한 평가를 살펴보면 몸이 피곤할 때 에너지드링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소비자가 전체 44.6%로,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어느 정도는 에너지드링크의 효과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에너지드링크는 없어서는 안될 음료라는 인식(23%)도 적은 편이었다. 다만 10~20대는 에너지드링크를 필수적인 음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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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에너지드링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강했다. 전체 응답자의 73.2%가 에너지드링크도 계속해서 마시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어질 것이라고 바라봤으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친 소비자도 59.2%에 달한 것이다.

절반 이상(53.4%)은 에너지드링크는 청소년이 마시면 안 된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특히 30대 이상에서 청소년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에너지드링크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것은 지나치다거나(16.9%), TV광고를 통해 에너지드링크를 더 홍보할 필요가 있다(16.1%)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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