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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멋과 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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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85> 멋과 풍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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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곡’이란 노래에서 정극인은 ‘꽃나무 가지 꺾어 수놓고 먹으리라’고 기염을 토한다. 꽃 하나 꺾어놓고 한 잔, 또 하나 꺾어놓고 또 한 잔, 셈을 하며 마시자는 것이 풍류도인의 흥취다. 꽃으로 하는 셈은 어설프긴 하지만 바로 그 어설픔 때문에 오히려 멋스럽다. 나물 몇 가지에 강된장, 호박잎과 된장국, 이런 상차림도 뭔가 부족하지만 부족한 대로 그만이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고 노래한 한석봉의 풍류도 부족함에서 온다.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을 거 다 있으면 오히려 재미가 덜하다. 부족함에서 오히려 넘침을 보았던 것이 옛사람들의 풍류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 친구와 가족들도 그렇다. 빠진 것이 없이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 부족하지만 부족함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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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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