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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자연의 패션&라이프] [7] 英 왕세손嬪도 입는 '패스트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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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ZARA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과 미셸 오바마를 언급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패션 외교' '패션 정치'다. 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멋스럽게 입기도 하지만 중저가 제품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그들이 선택하는 제품은 바로 동나는 등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뉴스위크는 '케이트 미들턴 효과'가 영국 패션 산업에 연간 10억파운드(한화 약 1조5000억원)의 가치 상승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들 덕분에 전 세계 소비층을 빠르게 파고든 것이 '패스트 패션'이다. 6개월마다 패션쇼를 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고가 브랜드와는 달리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바로바로 의류를 생산한다는 뜻에서 패스트 패션이라 불린다. 최근에야 등장한 것 같지만 패스트 패션의 시작은 산업혁명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재봉틀이 발명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고가 맞춤복 형태 디자인을 대량으로 생산해 대중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는 게 가능해졌다. 즉 기성복이 탄생한 것이다. 1947년 스웨덴에 설립된 H&M이나 1974년 스페인에서 탄생한 자라(Zara) 같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앞세워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특히 개성을 앞세우는 젊은 층의 물결이 강했던 1960년대, 고가 클래식 디자인을 선호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저렴하지만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는 옷을 선호하는 청년들 덕에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패스트 패션이란 용어는 1990년대 자라가 미국에 진출한 뒤 탄생했다. 디자인 기획부터 유통까지 15일밖에 걸리지 않는 빠른 패션이라는 점에 착안해 뉴욕타임스가 처음으로 '패스트 패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후 고유명사처럼 정착됐다.

고급 패션의 대중화와 맞물려 발전하게 된 패스트 패션.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명 '저렴한 패션'으로 간주되던 '패스트 패션'은 퍼스트레이디 등 세계적 지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이슈가 됐다. 고가 옷이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던 시대가 저물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다.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경계를 넘어서 계층의 소통과 공유를 보여주게 됐다.



[김자연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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