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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학교 일기장 표지 속 그 연인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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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NUDE] 테이트展 찾은 도종환 문체부장관

50년전 까까머리 가슴 흔들어 놔… 명작 122점 빠뜨리지 않고 감상

조선일보

"중학교 때 썼던 일기장 겉표지가 로댕의 '키스'였어요. 두 연인이 포옹하고 입맞추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애틋했던지, 지금까지도 그 일기장을 간직하고 있지요. 인간 말고 어떤 동물이 저렇듯 감미롭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50년 전 까까머리 소년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던 작품을 원작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도종환(6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명작전―누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을 찾았다.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 가본 적은 없지만 오귀스트 로댕의 걸작 '키스'는 이번 기회 아니면 보기 어려울 것 같아 바쁜 일정을 쪼개 미술관을 찾았다.

어둠 속 순백으로 빛나던 '키스' 대리석상 앞에서 도 장관은 큰 숨을 내쉬었다. "아, 정말 아름답네요. 일기장 속 그 연인 맞네요(웃음)." 서로의 몸을 감싸 안고 입맞춤하는 이 남녀가 실은 불륜 관계였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큐레이터 설명에 도 장관은 시인다운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하지요. 죽음을 넘어서려는 갈망, 본능 때문에 죽을 줄 알면서도 인간은 또다시 사랑을 합니다."

조선일보

17일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조각상 ‘키스’를 관람하고 있는 도종환 장관. “중학 시절 일기장 속 그 연인이 맞는다”며 활짝 웃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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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3.3t의 조각상을 찬찬히 둘러보던 도 장관은 "정면보다 여인의 등 쪽에서 볼 때 '키스'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며 웃었다. "석굴암 본존불도 정면보다는 왼편 아래쪽에 무릎 꿇고 앉아서 볼 때 종교적 경건함,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지요."

도 장관은 18세기 고전주의 누드로 시작해 근현대 누드, 정치적 누드 섹션까지 꼼꼼히 감상했다. 풍만한 여인의 몸 앞에 남성을 상징하는 바나나 다발이 잔뜩 그려진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 제목이 '시인(詩人)의 불확실성'이라고 하자, '시인 장관'과 관람객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세계대전 후 슬프고 피폐해진 유럽의 현실을 깡마른 남자의 몸으로 표현한 프랑시스 그뤼베의 '욥' 앞에서는 "상처!"라는 단어를 되뇌이기도 했다.

도종환 장관은 "원래 꿈이 화가였다"고 했다. 그림에 빠져 초·중·고 시절 내내 미술반에서 활동했지만 미대 갈 형편이 못 돼 꿈을 접었다고 한다.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처럼 그림을 좋아했죠. 가난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그토록 좋아했던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죽어갔던 네로처럼 저도 절망했고요. 그 소년의 아픔이 여기, 제 가슴에 아직 남아 있답니다."

리네케 딕스트라가 찍은 '출산한 세 여인'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테이트 명작 122점을 모두 관람한 도 장관은 아트숍에 들러 '키스'가 새겨진 머그컵과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가 그려진 자석을 직접 구매했다.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에 장관은 "역시 '키스'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테이트 명작전―누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1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02)801-7955

[김윤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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