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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일사일언] 태국의 따뜻했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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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수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어디에나 국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이른 아침부터 약속처럼 향을 피우고, 상점이나 호텔 그 어디에서도 정성스럽게 바친 꽃을 볼 수 있는 곳. 생후 44개월과 21개월인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간 태국 방콕에서 휴가를 보냈다.

큰아이는 그래도 대화가 가능하고 화장실도 데려갈 수 있지만, 아직 말도 못하고 기저귀도 하고 있는 둘째는 모든 것이 염려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기와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눈길과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누구나 아기에게 길을 비켜주었고 어떤 줄에 서 있든 맨 앞으로 안내해주었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것만으로도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 했던 나에게 태국에서의 이런 환대는 놀라웠다.

하루는 정원이 멋진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세 시가 넘은 때라 휴식시간은 아닌지, 아기가 보챌 수도 있는데 너무 조용한 분위기는 아닌지 밖에서 살펴보는데 종업원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태국 음식이 간이 강한 것을 아는지 아기에게 주라며 흰밥도 따로 담아왔다. 또 아기들은 턱받이를 하고 있어도 흘리는지라 음식을 먹이면서도 연신 식탁을 닦는데, 눈총은커녕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아이들 장난감을 살 만한 곳이 있는지 묻자 여주인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를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아들에겐 미니자동차를 딸에게는 바비인형을 하나씩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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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좋아서 폴짝폴짝 뛰자 박장대소를 하더니 그녀는 또 어디론가 뛰어갔다. 땀에 흠뻑 젖어 돌아온 그의 손에는 장난감세트가 통째로 들려 있었다. 낯선 외국 아이들을 대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나도 모르게 그를 꼭 껴안아주었다.

오랜 역사와 불도(佛道)를 지닌 아름다운 이 나라에서 나는 꽃향기에 취해 마음을 아이처럼 물가에 내려놓았고, 극진히 아이들을 섬기는 그들의 예를 참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후각은 가장 오래 각인되는 기억이다. 태국의 향기는 아이들을 대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고귀한 마음가짐으로 기억될 것이다.




[신수진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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