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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8월 정례회의] 北核 대응, 정부는 어정쩡해도 언론은 딱 부러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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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배치 및 핵무기 보유 심층 논의할 때

교원 파동 핵심은 사범대인데 주로 교대 다뤄

국회의원 멋대로 결석은 불법… 왜 비판 않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태수(변호사), 방희선(변호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유미화(중경고 교사), 정여울(문학평론가 겸 작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내왔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김태수·이재진·김경범 위원, 조순형 위원장, 방희선·이덕환·이정희 위원, 정권현 편집국 부국장.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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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100일을 돌아보면 중요한 이슈가 많았다. 8·2 부동산 대책 등 경제 문제와 북핵 등이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정부도 모르고 있다. 국민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거나 잘 드러나지 않아 답답하다. 언론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고 현실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접근해달라. 이 외에도 교육, 최저임금, 탈원전, 검찰 개혁 등 많은 과제가 제시되었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해결책 결정 방식에 따라 큰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데 정책이 국민 이익과 미래를 우선하기보다는 내년 지방선거 및 향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집권 세력의 이익에 치중된 느낌이다. 이러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국가의 이익과 안위를 우선하도록 조선일보가 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7월 22일 추경 예산이 어렵게 통과되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처리하지 못할 뻔했다. 더 큰 원인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6명이나 불참한 것이다. 국회의장이나 지도부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 언론도 일과성으로 보도하고 말았다. 국회가 바로 서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 청가(請暇) 및 결석에 관한 규칙'에는 국회에 출석하지 못할 때는 이유와 기간을 기재한 청가서를 미리 의장에게 제출해 허가받고, 결석계도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26명 의원이 청가서와 결석계를 냈는지 취재해야 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도 '청가서나 결석계를 제출한 경우 또는 공식 해외 출장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각종 회의에 성실히 출석하여야 한다'(14조)고 되어 있다. 그리고 그날 자유한국당은 장제원 의원만 퇴장하지 않고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자 정우택 원내대표가 해당 행위인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법 제114조의2(자유투표)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 제46조 2항에도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되어 있다. 언론이 이런 걸 가르쳐서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선일보의 사설과 평론은 가끔 결론이 명쾌하지 않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검토하라고 했을 때 〈對北 전단 살포, 쉽게 생각하지 말고 전략적 접근 해야〉(8월 7일)라는 사설을 실었다. '전략적 접근'이란 표현은 애매하다. 중앙일보는 '북한 변화시키는 대북 전단, 금지해선 안 된다'고 명쾌하게 썼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모든 유력지가 사설에서 "오로지 법리에 의해 판단하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을 부각시켜 독자 판단에 도움 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격화소양(隔靴搔·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 즉 양에 차지 않음)의 느낌이다.

―북한의 ICBM 발사 후 동북아 상황을 보면 갑갑하다. 정부 대응도 그렇고 보도 자세도 어정쩡하다. 국력과 외교력의 한계 때문에 정부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면 언론이라도 딱 부러지게 보도해야 한다. 대안을 더 적극 제시하면 좋겠다. 안보 불감증에 대한 분석과 경각심 요구가 있어야 한다. 대안 부분도 적극적인 전술핵 배치 및 핵무기 보유에 관해 더 심층 논의해야 독자들의 갑갑함이 줄지 않겠나. 국회와 각 정당의 입장은 뭔지도 정리하면 좋겠다.

―근래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정원 축소에서 시작해 교대와 사범대 구조 조정,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등 교육계 이슈가 줄을 이었다. 조선일보는 주로 교대생들 반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서울 지역 교대생의 임용 경쟁률은 1.5대1이 안 되고, 지방은 미달인 곳도 있다. 반면 중등교사 임용률은 7~10대1 이고, 대기자도 전국적으로 엄청나다. 그러니 핵심은 사범대 구조 조정이다. 사대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지방정부나 교육청은 극렬한 저항을 걱정해 추진하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의 논의를 유도하면 좋겠다.

―7월 13일 기사 〈수학·과학 편식한 과학고 출신들 "영어 강의 두려워요"〉와 칼럼 〈만물상 - 스타트 라인에서 쓰러진 영재들〉이 실렸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이슈이고, 이유로 일반고의 황폐화와 사교육비 등을 꼽는다. 그런데 이 논의에 영재고와 과학고가 빠져있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선행학습 위주여서 영어와 국어, 즉 글쓰기 교육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대학에 가서도 글쓰기가 안 되고 영어 원서를 읽지 못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대부분 기사가 부정적이다. 물론 인상 폭이 큰 것이 사실이고,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선진화와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인상이 필수적인 것 아닐까. 어렵게 사는 다수 서민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쟁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등 재벌 개혁을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아닐까. 재벌 개혁 및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에 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심층 취재를 기대한다.

―식당에 가면 벌써 직원을 줄여서 오래 기다리고, 식탁을 손님이 주섬주섬 치우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도 더 줄이겠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면 오히려 삶의 질은 곤두박질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했다.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한시적 보조금도 납세자인 국민 동의를 얻어야 했다.

―〈동서남북 - 올랑드 실패가 떠오르는 이유〉(7월 27일 오피니언면)를 보면 세금 한 푼 안 내는 근로자가 46.5%에 이른다. 적게라도 내야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또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다른 증세를 먼저 하고 법인세 인상은 마지막으로 하면서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해놓고 집권 후 태도를 바꿨다. 공약을 뒤집으며 아무 해명도 없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전력 수급 상황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산업부는 전기가 남아도는 양 얘기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7월에도 2500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았나. 지금 전력 수급 상황에 대한 분석이 없기 때문에 5년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전기·석유 낭비가 너무 심하다. 소비를 줄일 합리적 정책과 기술에 대한 기사가 필요하다.

[위원들의 기사 제안]

―지난 한 달 과학기술계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박기영 파동'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과기부 장·차관과 산업부 장관을 과학기술계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물들로 앉혀놨다. 과기계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평창올림픽이 200일도 남지 않았는데 국민적 관심이 크게 떨어지니 일부 종목은 수도권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직접 관람하고 싶다"는 사람은 9%에 불과했다. 이를 기사로 인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 이유를 알려주어야 평창이 성공할 해답이 제시될 것 같다.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무섭다는데 해킹 피해는 없을까 우려된다. 사측은 안전하다지만 실제로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전해달라.

―우리는 휴전 국가이니 상시 위험한 나라임을 국민이 이해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전쟁이 나면 예상되는 사태가 무엇인지 짚어주어야 한다. 전쟁 같은 초비상사태가 날 경우, 각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매뉴얼을 알려달라.

―과거에는 학생들이 매 맞으니 학생 인권만 강조해왔다. 그런데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2015년 3458건이나 된다. 대부분 폭언·폭행·성희롱이다. 이건 교권이라기보다 교사의 인권 문제다. 교육청은 학생 인권은 강화하면서 교사 인권은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교사의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기획을 보고 싶다.

―〈특파원 리포트 - 독일인의 절전 死鬪〉(7월 26일 오피니언면)는 독일의 실제 가정 모습을 보여주었다. 30년 이상 고민 끝에 원전을 억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늘어난, 국민이 겪는 현실적·경제적 부담을 소개했다. 추상적·이론적 기사보다 훨씬 피부에 와 닿는 이런 기사를 늘려달라.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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