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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SK 통합지주사 2주년, 반도체 등 '딥체인지'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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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에 이은 글로벌 전략, 상생 키워드로

SK그룹의 통합지주회사SK(주)가 1일 출범 2주년을 맞이했다. 2007년 4월 지주사 전환 선언 후 지난해 8월1일SK(주)와 SK C&C가 통합한 것이다.

통합지주회사는 출범 이후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먹을거리'윤곽을 확실하게 그리고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하는 ICT 플랫폼 전략을 더욱 날카롭게 하는 성과를 냈다. 글로벌 행보도 빨라져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다.무엇보다통합지주사 전환을 통해최태원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강화하면서도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든SK의실험정신과 '여유'가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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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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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인수합병, 글로벌 전략에 이은 선택과 집중

SK의 지주사 전환은소버린 사태가 계기가 됐다.2003년 4월소버린의 100% 자회사인 외국계 증권사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SK 주식을 1000만주 이상 매수해14.99%를 매입했다.크레스트는 지분 매입이 장기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으나 이후 SK주주가치를 확립하고 그룹을 건전하게 이끌어 가기를 원한다고 밝혀 사실상 SK를 삼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 이후 난타전이 벌어졌다. 소버린이 2003년 6월SK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자 SK는 즉각 기업구조 개혁방안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소버린은 '마이웨이'였다. 2004년 1월 자체 선발한 이사 후보 5명을발표했다.SK도질세라 2월 자체 사외이사 후보 12명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2004년 2월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 퇴진을 요구하면서양쪽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재계 백기사까지 동원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선 최태원 회장의 반격에 2005년 1월 소버린은 결국 SK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포기했고 2005년 7월 보유하고 있던 SK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SK는 2006년 1월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한숨 돌릴 수 있었다.

소버린 사태가 벌어질 당시 SK는힘의 공백기였다. 최회장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로 구속됐기때문이다. 오너 리스크가 정점에 이르며기업가치가 낮아진 순간 경영권을 노리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이런 상황을 맞이한 SK는 지주사 전환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가 2007년 7월1일 SK(주)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발표였다.

지주사 전환이 경영권 방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추진된것은 아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자연스럽게 경영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지주사 전환으로 복잡하게 얽힌계열사들이 속속 SK(주)의 휘하로 정리되어 최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SK(주) 통합지주사 출범과 최회장의 경영복귀가 겹친 시점도절묘하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계열사에서 펀드에 출자한 자금을 선물옵션에 부당하게 투자한 혐의로구속수감됐다. 그는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받아 출소했는데공교롭게도 그해7월1일통합지주사가 출범했다.

SK(주) 통합지주사는2년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통합지주사 출범 후 반년이 지난 지난해 초 SK는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세전이익 10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실천하듯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SK머티리얼즈로 반도체 수직계열화 작업을 추진한 후 지난해 3월 SK에어가스를 인수했다.5월에는SK트리켐을 일본 트리케미칼사와 공동으로 설립했다.

올해 1월에는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전문기업이다. SK하이닉스에 웨이퍼를 제공하는 5개 업체 중 하나며 300mm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내실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와 더불어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가 뒤를 받치는 상황에서 SK의 반도체 수직계열화는 더욱 탄탄해졌다.

마지막 퍼즐인 도시바 인수전만 잘마무리한다면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SK의 반도체 경쟁력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 산업진출도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3월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약효실험 없이 신약 승인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6월에는 SK바이오텍이 세계적 제약기업으로 꼽히는 BMS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진출이 선택과 집중으로 정의된다면, 투자를 중심으로 거점을 확보하는 최근의 행보는 글로벌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SK는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의 지분 11.77%를 인수했으며 SK 계열사들은 일제히 SK차이나에 출자를 시작했다.

지난달 말문재인 대통령 방미 동행 경제인단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최회장은 미국 에너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콘티넨탈리소스(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다. SK그룹은 앞으로 GE와 공동으로 미국 내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판매할 수 있는 발전사업 등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 마케팅에 나선다. SK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GE는 발전 설비를 공급하면서 프로젝트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신진시장 개척에도 힘을 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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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최태원 회장. 출처=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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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새로운 실험 눈길

기업은 성장과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며, 이는자본주의의 기본 정체성으로 꼽힌다.성장과 이윤추구라는 목표는 동일해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제각각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상생과 협력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고 자칫 방만한 경영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성공만 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어지간한 자신감으로는 시도할 수 없다.그런데 최근의 SK는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SK는 지난달 25일 2차, 3차 협력업체들과 상생 강화를 위해 전용펀드를 16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4800억원 규모로 운영중이던 동반성장펀드는 1400억원 증액해 6200억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나아가 협력사 대금결제방식을 2차, 3차 협력사에도 선진적으로 적용하고 협력사 직원의 복리후생도 늘린다.

SK텔레콤은 현재 1675억원 수준인 펀드 규모를 오는 2019년까지 2500억원으로 늘리며 SK건설도 1차 협력사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직접 대여금 규모를 기존 250억원에서 2020년까지 400억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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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영회의. 출처=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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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최회장이 강조한 딥체인지(Deep Change) 2.0을 더욱 정교하게 가꾸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상생의 카드다. 지난달 18일 SK그룹은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총 16개 주력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동반성장, 상생경영의 틀을 마련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따로 또 같이'의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전무)은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와 함께 하는 SK의 핵심 개념일뿐 아니라 SK그룹의 본질적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지주사 출범 2주년을 맞이한 상태에서 SK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물론 리스크는 여전하다.통합지주사 출범과 최 회장의 영향력 강화는 일단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으나 이는 역으로 최회장의 발이 묶이면 SK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최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고, 올해 초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하지 못했다.불기소로 결론나 즉각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인수전을 진두지휘했으나 시기를 놓친 힘의 공백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최 회장 수감시절 SK가 크게 흔들린점도 부담이다.컨트롤 타워가 없는기간 SK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절호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인수합병도 난항이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SK E&S가 STX에너지를, SK텔레콤이 국내 보안업체 2위 사업자인 ADT캡스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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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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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엔진도 멈췄다. 최회장 수감 시절 SK의 투자금액은 2011년 9조원, 2012년 14조원, 2013년 12조원, 2014년 15조원 등 들쑥날쑥했다. 그러는 사이 그룹 총 매출액은 2011년 155조원, 2012년 158조원, 2013년 157조원, 2014년 165조원 등으로 정체상태였다.

최회장 한 명의 존재유무로 대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는 없다.오너 경영 특유의 기업 환경은 회장 부재라는 힘의 공백기를 맞으면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성공적인 집단지도체제 중 하나로 평가받는 수펙스추구협의회도 회장 공백 시절에는 공격적인 외연 확장보다 당장의 안전을 택하는 수준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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