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캠페인 대행사 ‘트리거포인트’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진행하는 ‘언락(UNLOCK)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영상 삭제’, ‘심리상담’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시작됐다. 사진 텀블벅 누리집 갈무리. |
‘원하는 사람 사진과 음란물 합성해줍니다.’ 지난 5일 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던 남성 ㄱ(18)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ㄱ씨가 운영하던 계정은 이른바 ‘지인 능욕 계정’. ㄱ씨는 이 계정을 운영하면서 알고 지냈던 지인 10명의 사진을 성행위 사진 등 음란 사진과 합성해 개인정보와 함께 인터넷에 유포했다. 피해자엔 전 여자친구 두명과 현 여자친구, 중학교 동창 일곱명이 포함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ㄱ씨를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트위터에는 ㄱ씨가 운영했던 것과 유사한 계정이 다수 검색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김여진 사무국장은 “현재 접수된 피해상담 신고 중 17%가 ‘지인 능욕’ 관련 신고다.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지인의 사진을 음란 사진과 합성해 유포하는 ‘지인 능욕’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까지 들끓으면서 민간단체와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경제적으로 돕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공익캠페인 대행사 ‘트리거포인트’는 지난 21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언록(UNLOC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들이 문제의 영상·사진을 삭제하고 심리 상담을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을 모금한다. 문제의 영상·사진을 삭제하려면 민간업체에 월평균 2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다섯명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트리거포인트는 한 여성 팀원의 개인적 경험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정한결(26) 공동대표는 “‘스티커를 들고 다니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몰카가 의심되는 구멍에 스티커를 붙인다’는 이야기를 여성 팀원에게 들었다. 충격받았다. 남자들은 대부분 몰카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상당 부분 수면 아래 감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원금 목표는 500만원이다. 모금 시작 일주일 만에 1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전달해 피해 동영상을 삭제하고 피해자에게 심리상담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쓸 예정이다.
정부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몰카 영상, 리벤지 포르노 등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영상물이 유포돼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영상 삭제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유포 기록 삭제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당장 피해를 복구한다 해도 피해자는 ‘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 수 있다’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끔 예방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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