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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데이트 폭력 작년에만 8367건…여성단체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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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청 집계 ‘데이트 폭력 발생현황’

2014년 6675건…매년 큰폭으로 증가

동영상 유포 협박 등으로 신고 막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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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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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하다가 동갑인 여자친구가 ‘야, 너, 이 자식’이라고 말해 폭발했다”는 게 구속된 손아무개(22)씨의 범행 동기였다. 그는 지난 18일 새벽 서울 중구 신당동 거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해 치아 5개를 부러뜨리거나 빠지게 만들었다. 3분간 이뤄진 그의 폭행은 인근 폐회로텔레비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데이트 폭력 발생 현황’을 보면, 2014년 6675건에서 2015년 7692건, 지난해 8367건으로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 피해자 상담을 주로하는 여성단체들은 경찰 통계에 잡힌 사건은 전체 발생 사건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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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를 보면, 성인 여성 1017명 중 188명이 “연인한테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 신고로 이어진 건 16%(30명)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신고할 정도로 폭력이 심하지 않아서’(33.8%)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17%), ‘신고나 고소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9.8%)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의 보복이나 협박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했다고 대답한 비율도 4.5%에 이르렀다. 지난 1월엔 서울 강남구에선 30대 남성이 여자친구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난 지 3시간 만에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행이라 피해자들이 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도 큰 것도 신고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해자가 집과 학교, 회사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신체적 폭력이 되돌아올 수도 있고, 성관계 동영상 유포 등으로 협박해 신고를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가정폭력범죄특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긴급임시조치로 격리 등을 명할 수 있지만, 데이트 폭력은 살인·성폭력 등 형법에 근거해 처리돼 신변보호 등의 조치가 개별 경찰관 의지에 맡겨져있다. 지난해 2월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20일 손씨 범행을 언급하며 “데이트폭력 방지 및 처벌 강화 입법 방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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