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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역사 수레바퀴 되돌린 블랙리스트" 특검, 김기춘 7년·조윤선 6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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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결심 공판… 金 "리스트 작성 지시한 적 없다"]

김상률 前수석 6년… 27일 선고

조윤선 남편 "못 지켜줘서…" 울먹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사실이 없습니다. 저도 장관 경험이 있지만,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유 없이 '사표를 받으라'고 해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3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김기춘(78) 전 비서실장이 미리 준비해온 문서를 읽으며 최후 진술을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개인이나 단체의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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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비서실장(왼쪽),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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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김소영 전 비서관 등 7명이다. 오전 10시부터 특검팀의 구형(求刑)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진행된 이날 결심 공판은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오후 9시쯤 끝났다.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특검은 이들이 좌파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기 위해 명단을 작성했고, 이를 문체부 실무자들에게 강요했다며 기소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공판에서 "대통령의 참모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국민의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 나라를 '네 편' '내 편'으로 분열시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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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구속된 후 좁은 방에 갇혀 사는 것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제게 힘든 것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범(主犯)이라는 낙인"이라며 "구치소 생활을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 여기고 살아왔지만, 주범이라는 특검팀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는 "특검이 집을 압수 수색할 때 조윤선 피고인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며 "(조 전 장관이) 구속되고 텅 빈 방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 하나는 결혼할 때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가 울먹이자 옆에 앉은 조 전 장관도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김상률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하겠다는 애국자들이 이 자리에(법정) 있기 때문에 오늘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비극이자 아이러니"라며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으로 심판대에 서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신동철 전 비서관은 "30년 전인 1987년 전두환 정권 시절에 미국 유학생이던 저는 최루탄 화염병 난무하는 곳으로 뛰어든 민주 투사였다"며 "그러던 제가 블랙리스트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반면 김종덕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제가 장관이 되기 이전부터 문체부와 국정 전반에 중요한 정책 기조로 자리 잡고 있어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논란과 물의를 일으켜 문화·예술계에 송구하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기춘 전 실장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하고, 조윤선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종덕·신동철·정관주씨에겐 각각 징역 5년이 구형됐고, 김소영씨에겐 징역 3년이 구형됐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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