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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겨레 사설] ‘하도급 갑질’ 근절에 검찰·법원도 힘 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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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5일 하도급 관련 부당행위를 한 현대차그룹 자회사 현대위아에 부당이득의 3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고시는 부당하도급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3배까지 매길 수 있게 하고 있다. 공정위가 최대 한도를 적용해 과징금을 매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재벌기업이 거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체에 이른바 ‘갑질’하는 것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결정이라고 본다.

공정위 발표를 보면 현대위아는 2013년 9월에서 2016년 6월 사이 최저가 입찰을 하고도 낙찰받은 중소기업과 추가협상을 통해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대금을 결정해, 17개 중소기업에 8900만원을 덜 줬다. 또 직접 책임져야 할 하자보수 비용 3400만원도 떠넘겼다. 이렇게 하도급업체를 쥐어짜니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키워 발전해나가기가 어렵다.

이번 조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부당하도급에 대한 공정위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8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납품단가를 감액해 4억2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에 3억2천만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데 그쳤다. 지난 3월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4억3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만도에 과징금을 8천만원밖에 매기지 않았다. 공정위가 사건 심사를 하는 동안 법 위반 행위를 자진 시정한 점을 고려했다는데, 이런 약한 제재로는 하도급 갑질을 뿌리뽑기 어렵다.

공정위는 앞으로 악질적인 하도급 갑질에 부당이득 3배의 과징금을 매기는 걸 당연한 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현대위아에 대한 공정위의 단호한 조처를 ‘좋은 예방주사’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고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관계에서 약자의 지위에 놓인 이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공정위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검찰과 법원이다. 공정위가 고발을 해도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관대하게 처리하거나, 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한다면 시장질서 개선은 요원하다. 검찰과 법원도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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