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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해병대 캠프서 '친구 구하다' 숨진 고교생, 의사자 인정 못 받아…법원 "제소기간 90일 넘겨"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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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충남 태안 해병대 캠프에서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의 가족이 의사자로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에 정해진 소송 제기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진만)는 고(故) 이병학군의 아버지 이모씨가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각하란 법적으로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씨는 지난해 1월 21일 아들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통보받아 알았으므로 그로부터 (소송 제기 시한인) 90일이 넘긴 지난해 6월 15일 제기된 이 소송은 제소 기간이 지나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행정 소송 심판 대상이 되려면 행정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군은 2013년 7월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진행된 '해병대 병영 체험 활동'에 참여해 훈련을 받다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 체험 활동에는 약 19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이 사고로 학생 5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벗은 채 바다에 들어가 10명씩 8줄로 서서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군가를 부르며 앞뒤로 눕기를 반복하는 훈련을 받다가 갑작스럽게 파도에 휩쓸렸다. 당시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아 인간띠를 만들어 일부 학생을 구조했으나 이군 등은 실종돼 끝내 숨졌다.

이군은 당시 몸을 추슬러 뭍으로 나왔다가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친구들을 구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 가족은 이군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2015년12월 복지부로부터 “이군이 친구들을 구조하려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복지부에 이의를 신청했지만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통보받자 행정소송을 냈다.
조선일보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1주년을 하루 앞둔 2014년 7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공주사대부고 56기 졸업생 및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들의 사고 전면 재수사와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을 요구를 촉구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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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 가족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불인정 처분을 통보 받을 당시 불복 방법을 고지 받지 못해 제소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1월 처분 통보와 함께 불복방법을 안내하는 서면이 발송됐고, 처분 통보 당시 불복방법을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으로 구분해 고지했으며 90일 이내의 제소 기간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군 가족은 또 행정 소송 제소 기간을 계산할 때 지난해 복지부에 이의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2016년 4월 4일부터 날짜를 계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복지부에 낸 이의신청을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심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 고(故)김동환·장태인군의 유족이 의사자로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도 이들이 구조활동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간띠는 스스로 구조되기 위한 협동작업의 성격이 짙다”며 “다른 학생들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였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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