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집 낸 늦깎이 시조 시인 김윤
40년간 종갓집 맏며느리 생활
시조로는 드물게 해외 풍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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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라도 시조를 쓰지 않았으면 아마 이 나이에 바람이 났을 것”이라고 한 김윤 시인. /이진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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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69) 시조 시인이 첫 시집 '아비뇽의 다리'(동학사)를 냈다. 김 시인은 서라벌 예대 문창과 출신이지만, 늦깎이로 문단에 나왔다. 젊은 시절 희곡 작가를 꿈꿨지만 결혼한 뒤 문학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아버님이 글 쓰는 며느리보다는 살림에 충실한 며느리를 원하셨다"고 회상하다가 잠시 목이 메었다. 그녀는 "제삿날에는 직계가족만 모여도 수저가 30벌 넘게 필요했고, 음식을 만들 때 튄 기름에 덴 손과 팔에 숱한 흉터가 생겼지만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며 웃은 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편이 도와줘 문학을 다시 시작했고, 간결미가 돋보이는 시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시조 시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해외 풍물을 자주 노래해왔다. '천 년을 견디어도 돌은 그냥 침묵할 뿐/ 백년도 부르지 못할 우리들의 노래라니/ 아비뇽 끊긴 다리에 서성이는 나를 본다'라며 끝나는 시조 '아비뇽의 다리'를 시집 제목으로 삼았다. 수록작 중 3분의 1이 해외 풍물을 다뤘다. 김 시인은 스스로 '국제 파출부'라고 했다. "아들이 총각 시절 회사 인도 지사에 근무할 때 잠시 찾아가서 청소해주다가 혼자서 여행을 다녔다. 딸이 스페인으로 유학 갔는데 그곳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딸네 집에 한두 달 가서 살림을 도와주다가 또 홀로 여행을 했다. 그러니 해외에서 시조를 건지게 됐다"는 것.
김 시인은 "토속 풍경을 소재로 한 시조는 남들이 많이 쓰지 않느냐"며 "저는 관광기를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국 풍물을 시조의 형식에 담아 남다른 작품을 쓰고 싶다"고 '신예 시인'답게 말했다. 그녀는 "작품이 더 쌓이면 딸을 시켜 제 시조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현지에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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