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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국 풍경 時調 읊는 일흔 살의 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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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낸 늦깎이 시조 시인 김윤

40년간 종갓집 맏며느리 생활

시조로는 드물게 해외 풍물 담아

"종갓집 맏며느리를 40년 넘게 하고 나서 시조를 습작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예순 살이 넘어서 '시조시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어요."

조선일보

“뒤늦게라도 시조를 쓰지 않았으면 아마 이 나이에 바람이 났을 것”이라고 한 김윤 시인.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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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69) 시조 시인이 첫 시집 '아비뇽의 다리'(동학사)를 냈다. 김 시인은 서라벌 예대 문창과 출신이지만, 늦깎이로 문단에 나왔다. 젊은 시절 희곡 작가를 꿈꿨지만 결혼한 뒤 문학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아버님이 글 쓰는 며느리보다는 살림에 충실한 며느리를 원하셨다"고 회상하다가 잠시 목이 메었다. 그녀는 "제삿날에는 직계가족만 모여도 수저가 30벌 넘게 필요했고, 음식을 만들 때 튄 기름에 덴 손과 팔에 숱한 흉터가 생겼지만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며 웃은 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편이 도와줘 문학을 다시 시작했고, 간결미가 돋보이는 시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시조 시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해외 풍물을 자주 노래해왔다. '천 년을 견디어도 돌은 그냥 침묵할 뿐/ 백년도 부르지 못할 우리들의 노래라니/ 아비뇽 끊긴 다리에 서성이는 나를 본다'라며 끝나는 시조 '아비뇽의 다리'를 시집 제목으로 삼았다. 수록작 중 3분의 1이 해외 풍물을 다뤘다. 김 시인은 스스로 '국제 파출부'라고 했다. "아들이 총각 시절 회사 인도 지사에 근무할 때 잠시 찾아가서 청소해주다가 혼자서 여행을 다녔다. 딸이 스페인으로 유학 갔는데 그곳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딸네 집에 한두 달 가서 살림을 도와주다가 또 홀로 여행을 했다. 그러니 해외에서 시조를 건지게 됐다"는 것.

김 시인은 "토속 풍경을 소재로 한 시조는 남들이 많이 쓰지 않느냐"며 "저는 관광기를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국 풍물을 시조의 형식에 담아 남다른 작품을 쓰고 싶다"고 '신예 시인'답게 말했다. 그녀는 "작품이 더 쌓이면 딸을 시켜 제 시조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현지에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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