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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다양한 과목 흥미 있다면 IB디플로마, 진로 확실 땐 A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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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육 트렌드

IB디플로마, 세계 통용 고교 학위
A레벨, 전공 관련 학문만 집중
목표 대학·성향 따진 뒤 선택을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 방식을 놓고 어느 때보다 활발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교육과정으로 자기 분야에 정통하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는 다수 선진국 학제 중에서도 IB디플로마·A레벨 등을 주목한다. IB디플로마(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는 국제 공통 고교 학위 과정이며, A레벨(A-Level)은 영국 대학 입학 준비 과정이다. 특히 IB디플로마는 최근 일본이 공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 교육 기업 EF(이에프)의 도움을 받아 두 교육과정을 들여다봤다.

◇IB디플로마 이수자, 해외 명문대 합격률 높아

현재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3300개 넘는 대학이 신입생 선발 시 IB디플로마 이수 여부를 반영한다. IB디플로마를 주관하는 스위스 IBO재단에 따르면 IB디플로마를 이수한 학생의 대학 합격률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22%p 더 높다. 경영학으로 잘 알려진 미국 브리검영대의 경우, 전체 지원자 합격률은 30%에 불과하지만 IB디플로마를 이수한 지원자의 합격률은 100%다. IB디플로마보다 낮은 단계인 IB Certificate(단순 수료) 과정을 이수한 학생 합격률도 95%에 이른다. IB디플로마 수업에서 7점 만점에 5점 이상 받으면, 대학이 선(先)이수 학점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대학들이 IB디플로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도입·운영 절차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높은 수준의 학습 과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도입 시 IBO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므로 교사 수·시설 등 요건을 다 갖춘 뒤에도 인증받는 데만 2년이 걸린다. 한국에선 NLCS제주·채드윅·브랭섬홀아시아 등 일부 국제학교가 IB디플로마를 들여왔다. EF 운영하에 미국 뉴욕·영국 옥스퍼드 및 토베이 캠퍼스를 둔 기숙 학교인 EF국제사립학교는 11학년 때 IB디플로마와 A레벨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한다. IB디플로마는 보통 여섯 과목을 이수하는데, 세 과목은 심화과정(Higher Level)이고 나머지 세 과목은 표준과정(Standard Level)이다. 심화과정은 대학 1학년 수준이다. 과제 및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여섯 개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데다 수시 평가가 많고 비교과활동(CAS)을 이수해야 하며 4000단어 에세이 같은 별도 과제도 있다. 한 EF국제사립학교 졸업생은 "과제 하느라 사흘에 한 번꼴로 밤새웠다"고 했다.

IB디플로마 최종 시험의 세계 평균 점수는 45점 만점에 31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세계 최고 명문대에 합격하려면 40점을 넘어야 한다. 물론 이 점수가 명문대 합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학교 평판이나 비교과 내역도 중요하다. 평균에 못 미치는 28점을 받고도 최근 미 하버드대에 합격한 EF국제사립학교 뉴욕 캠퍼스 학생이 그 예다. EF국제사립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생은 교내외 비교과 프로그램과 학교가 제공한 인턴십 등을 활발히 이수해 낮은 점수를 보충할 수 있었다. EF국제사립학교가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60개 넘는 동아리를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각종 금전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골프동아리만 해도 PGA 티칭프로 자격이 있는 교사가 지도하므로 학생들이 수준급 실력을 다질 수 있다. EF국제사립학교는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인턴십도 제공한다. EF는 세계 530여 개 사무실·학교 등에 직원 4만5000여 명이 근무 중인 글로벌 기업이다. 학교는 11학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때 항공권을 제공해 EF 사무실에서 희망 전공과 관련한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한다. 영화감독이 꿈인 한 한국 학생은 지난해 홍콩 사무실로 날아가 올림픽 교육 영상을 제작했다. EF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 공식 교육 스폰서라 가능한 일이었다. EF국제사립학교 관계자는 "올해도 한국 학생들은 재무·마케팅·관광 등 희망 전공에 맞춰 로마·런던·홍콩 등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F국제사립학교의 IB디플로마 수업 모습./EF국제사립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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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과목만 깊이 공부하려면 'A레벨'

A레벨은 대학에서 전공하려는 학문과 관련한 서너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라면 11학년부턴 물리·수학·심화수학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식이다. 12학년 때 치르는 최종 시험이 대입 지원 성적으로 반영되므로 IB디플로마보다 중간 평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작은 편이다. EF국제사립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전공하려는 분야가 확실하면 A레벨이 잘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진로를 일찍 결정한 학생은 A레벨을, 다양한 과목에 흥미 있는 학생은 IB디플로마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IB디플로마 이수자보다 다소 높은 영어 실력이 요구되고, 전공 분야에 대해선 심도 있게 학습하려는 탐구심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수준이 높아야 한다. EF국제사립학교가 교사를 90% 이상 석·박사 출신으로 뽑는 이유가 여기 있다. EF국제사립학교 관계자는 "A레벨은 영국 연방에서 통용되기는 하나, IB디플로마처럼 전 세계 모든 대학이 선호하는 과정은 아니다. 그러므로 향후 진학하려는 대학과 자신의 학습 성향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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