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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암초’ 만난 2030부산등록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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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산시, 유치 겨냥 139만 서명받아

전시관 예정지 항공소음 논란커져

정권교체도 또다른 변수로

기재부 내년 2월 지원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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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2030세계등록엑스포 장소로 생각하고 있는 부산 강서구 대저2동의 맥도지구 위치도. 윤일성 부산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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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31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근처 송상현광장에서 2030년 세계등록엑스포의 부산 유치활동을 하는 2030명의 자원봉사자(서포터스) 발대식과 함께 100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각계 인사 730여명으로 꾸려진 범시민추진위원회는 8개월 동안 139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부산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다. 부산시와 범시민추진위는 지난해 7월25일 2030세계등록엑스포 유치계획서와 함께 139만장의 서명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부산시의 유치 노력은 1차 고비를 넘었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가 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맡긴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2월 국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항공기 소음과 정권교체 순조롭던 부산시의 유치 노력은 뒤늦게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먼저 항공기 소음 논란이다. 부산시는 2030세계등록엑스포 전시관 등을 강서구 대저2동 을숙도 근처 맥도지구 350만㎡(106만평)에 설치할 계획인데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주로 맥도지구 중앙을 관통한다. 비행기 소음이 75웨클(WECPNL) 이상이면 이주·방음시설 설치 등의 소음대책지역에 포함되는데 지난해 4월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2030 부산등록엑스포 유치 타당성 기본계획)를 보면 지난해 1월 맥도 일대의 소음도는 70~85웨클이다. 웨클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데시벨·㏈)에 운항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에 가산점을 주어 매긴 소음도다.

윤일성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맥도지구의 절반 정도가 75웨클 이상이다. 김해신공항이 2026년 완공돼 항공기가 2배가량 늘어나면 소음횟수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비행기가 맥도지구 중심부를 지날 때 200m 위로 지나가는데 국제행사를 어떻게 열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다른 소음 측정 결과를 제시했다. 맥도지구 북쪽과 이웃한 김해공항 남쪽 활주로 근처 월포(강서구 대저2동 4184-4)에 설치된 김해공항 자동측정망의 1~3월 평균 항공기 소음이 68.8웨클이라고 밝혔다. 소음대책지역 기준인 75웨클에 견줘 6.2웨클이 낮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8일 오전 10시30분~낮 12시 벌인 현장조사에선 맥도지구 북쪽의 배영초등학교(강서구 대저2동 4552) 68데시벨, 맥도지구 중심의 장우정밀(강서구 대저2동 5572-1) 73데시벨, 맥도강변 60~63데시벨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70데시벨)와 비슷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2030세계등록엑스포는 실내 전시관 위주이고 실외는 비와 햇빛을 가리는 가림막 아래로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 체감소음은 측정소음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수는 정권교체다. 2030세계등록엑스포는 정부의 재정이 많이 들어가고 유치 신청도 정부가 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지하지 않으면 개최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서병수 부산시장은 자유한국당에 몸담고 있다. 2030세계등록엑스포가 서 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내건 핵심 공약인 것도 부담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0만명 넘는 시민이 유치 서명을 한 2030세계등록엑스포를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다. 속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서 시장의 치적사업으로 활용될 것이 뻔하다며 견제를 하고 있다. 실제 5·9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공약에 김해신공항은 들어갔지만 2030세계등록엑스포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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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주로 남해바다에서 을숙도를 지나 맥도지구를 통과한다. 윤일성 부산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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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등록엑스포는? 세계엑스포는 1928년 설립된 국제박람회기구(BIE)가 투표로 개최국을 선정한다. 등록(종합)엑스포와 인정(전문)엑스포로 나뉘는데 등록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며 주제가 자유롭다. 인정엑스포는 특정 주제를 내세워 등록엑스포 사이에 열린다. 또 등록엑스포는 공식 전시 기간이 6개월인데 인정엑스포는 3개월을 넘지 못한다. 등록엑스포는 전시면적의 제한이 없지만 인정엑스포는 24만7500㎡를 넘지 못한다. 대전엑스포(1993년)와 여수엑스포(2012년)는 인정엑스포다.

등록엑스포는 인정엑스포에 견줘 규모가 크서 기술·산업·문화·경제올림픽으로 불린다. 아시아에선 일본 오사카(1970년)와 아이치현(2005년), 중국 상하이(2010)가 열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2020년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개최한다. 2030년 개최도시는 2021년 신청을 받아 2023년 결정한다.

부산시는 2030년 아시아 도시로는 다섯 번째, 아시아 국가로는 네 번째 개최에 도전한다. ‘인간·기술·문화 미래의 합창’이란 주제로 2030년 5월1일~10월31일 184일 동안 160여개국 5050만명(외국인 1276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4조4194억원(국비 1조2000억원)이며 입장권 판매 등을 통해 5조9409억원의 수입을 올려 흑자를 내고 일자리 54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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