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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땅, 땅… 오늘의 판결] 28년간 가족 버린 남편, 아내재산 상속 권리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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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6.7%만 줘라" 판결… '자식보다 50% 더' 불인정

A(68)씨는 1975년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지만 1982년부터 아내와 별거했다. 세 자녀는 아내가 키웠다. A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A씨가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有責) 배우자라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두 사람은 법적으로만 부부 관계를 유지하며 남처럼 살았다. A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아내에게 생활비나 양육비를 주지 않았고, 연락 없이 공장을 수차례 옮겨 아내가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했다.

A씨는 2010년 5월 심부전증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아내가 사망했을 때도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의 장녀와 장남은 2002년 취직한 뒤 어머니에게 매달 50만~100만원 생활비를 부치거나 필요한 경우 수억원 목돈을 내주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또 어머니가 숨질 때까지 집과 병원을 오가며 간병을 했고, 병원비와 장례비도 전부 부담했다.

A씨는 아내가 숨진 지 5년 만인 2015년 자녀들을 상대로 "아내가 남긴 재산 2억8800여만원 중 내 상속분(9분의 3)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정상적인 부부라면 배우자가 숨졌을 때 남편 또는 아내가 자녀들보다 50%를 더 상속받는다. 자식이 셋인 A씨는 자식들에게 똑같이 아내 재산의 9분의 2씩을 주고 자신은 9분의 3을 받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장녀와 장남은 "우리가 어머니를 부양한 데 따른 기여분을 인정해 상속재산을 산정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권양희)는 이 소송에서 "A씨에게는 1920여만원만 주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녀와 장남이 어머니를 특별히 부양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상속재산의 40%씩을 각각 기여분으로 준 뒤 남은 20% 재산에 대해서만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아내와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A씨는 아내가 남긴 상속재산의 6.7%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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