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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목표를 대학에 두지 않아… 개성·재능 계발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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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육을 엿보다| 스웨덴 엄마가 전하는 북유럽 교육

조선일보

안 미셸씨는 “스웨덴에서는 남녀 모두가 출산 및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고 돌봄 체제도 잘돼 있다. 이 덕분에 대부분 사람이 육아에 대한 과도한 부담 없이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호 객원기자


"스웨덴 학생들은 저마다 목표가 달라요. 모두가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달려가다니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안 미셸(Ann Michel·52)씨는 지난 2015년 스웨덴 기업에 근무 중인 남편이 한국으로 발령나면서 함께 서울로 왔다. 그는 현재 국외 거주 스웨덴 여성들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 기구 스웨덴여성교육협회(SWEA)의 한국지부 회장이다. SWEA 한국지부는 18명으로, 각종 스웨덴 행사에서 자국 문화를 소개하거나 장학 활동을 한다. 최근엔 주한 스웨덴대사관이 주최한 국경일(6월 6일)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 산 지 2년. 미셸씨는 아름다운 자연과 안전한 환경 등 서울의 매력을 다 꼽기 어렵다며 이곳 생활에 '대만족'한다고 했다. 반대로 여전히 적응 안 되는 문화도 있다. 한때 스웨덴에서 초등 교사로 일했던 그에겐 '좋은 대학'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향해 모두가 돌진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직도 낯설다. 대부분 학생이 방과 후 학원으로 몰려가거나 늦은 밤까지 자율학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 학교에선 아이들 개성과 재능 계발을 우선으로 여긴다. 미셸씨는 "초·중등 교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과정이다. 목공·악기·재봉·미술·체육 등 각종 교육을 받으며 흥미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교과 수업에선 개인 맞춤형 학습을 한다.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는 천천히 가르치고, 그래도 부족하면 방과 후에 보충 수업을 한다. 특별히 뛰어나면 월반할 수도 있다. 그러다 고교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택한 길을 간다. 직업 수업은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전문적이다. 공부에 좀 더 흥미가 있는 학생은 진학에 맞춘 수업을 받으면 된다. 스웨덴 대학 진학률은 40% 안팎이지만, 이는 학교에 가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대학 수준도 높다. 카롤린스카 의과대는 2015 QS 대학 평가 의학 부문에서 9위(서울대 48위)를 기록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정하면 뒤늦게 마음이 바뀌었을 때 곤란하지 않을까. 스웨덴에서도 진로나 직업을 바꾸는 일은 흔하다. 그의 아들(22)은 목수 수업을 받다가 중간에 꿈이 바뀌어 도장(塗裝) 전문고를 졸업하고 페인트공으로 일한다. 딸(25)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직업 경찰이 됐다. 미셸씨는 "나도 교사·사업체 대표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어릴 적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받아 보니 여러 직종에 도전하는 것을 두렵게 여기지 않게 됐다"고 했다.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차가 작은 편이다.

초등부터 고교까지 한국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부만 하는 모습을 언급할 땐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은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스웨덴 학교에선 학생들을 매일 3회 이상 운동장으로 내보내 놀도록 한다. 숲 교실(숲에서 하는 수업)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있다"고 했다.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겨울에도 아이들이 숲으로 가 나무를 관찰하며 숫자 세는 법을 배우고 새 소리를 들으며 주변 생태계를 익힌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 가만히 앉아있기 어려워요. 그러니 교실에만 있게 하면 괴롭지 않겠어요? 공부를 하든 직업 교육을 하든 뇌에 휴식도 필요합니다. 주변물을 활용하면 학습 효율도 높고요. 스웨덴 사람들은 숲 교실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한국에도 산이 많으니 이런 교육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는 "스웨덴 사람들은 '남에게 그럴 듯해 보이는 일'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서울 남산만 해도 환상적이죠.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뛰놀면서 재능을 천천히 찾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한국 학생들도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최근 유엔지속가능개발연대가 발표한 '2017 세계행복지수'에서 스웨덴인의 행복 지수는 총 155개국 중 10위였다. 한국은 56위였다.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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