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제자들과 ‘지팡이 깎는’ 보령 주산중 이봉재 교사
충남 보령시 주산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근무 중인 이봉재 교사(54)는 6년째 학생들과 함께 지팡이를 만들어 마을 노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지팡이를 깎아 노인에게 선물하는 과정을 통해 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며 근무하는 학교마다 제자들과 함께 지팡이를 깎고 있다. 그동안 500여개의 지팡이를 만들어 보령지역 노인 등에게 선물했다.
“2011년 부임한 보령시 웅천중학교에 조손가정 학생이 많았습니다. 당시 일부 조손가정 학생의 보호자가 부서진 우산이나 나뭇가지 등을 지팡이 대용으로 쓰는 걸 봤습니다. 조손가정 학생들에게 인성 지도 차원에서 노인 공경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줄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학생들과 함께 지팡이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교사는 인터넷에서 지팡이 만드는 법을 찾았고, 장수의 상징인 ‘청려장’을 만들기로 했다. 청려장은 한해살이 풀인 명아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인 <본초강목>에는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왕이 장수한 노인에게 하사했을 정도로 귀한 지팡이로 여겨졌다. 정부는 1993년부터 100세 어르신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을 증정해 오고 있다.
이 교사는 청려장 장인 등으로부터 제작기술을 배운 뒤 2012년 3월부터 웅천중 봉사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학교 텃밭에 명아주를 심고 가꿨다. 그해 11월 명아주를 수확했고, 6개월간 솥에 삶고 말리는 과정을 5차례 정도 반복했다. 그는 “청려장을 만들기 위해 텃밭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데 1년, 명아주를 삶고 말리며 모양을 잡고 색을 입히는 등의 지팡이 가공에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웅천중에 이어 미산중, 주산중 등 학교를 옮길 때마다 교장 등의 동의를 얻어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지팡이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초기에 사비를 털었지만 현재는 충남도교육청 등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이 교사와 학생들은 대한적십자사 주산면봉사회 등과 함께 지난 2일 주산중 체육관에서 마을 노인 80명을 초대해 효 공연을 열고 청려장을 전달했다.
이 교사는 “학생 대부분 명아주를 심고 가꿀 때 귀찮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학생이 청려장 만들기에 동참한다”면서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 명아주를 심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깨우치고, 지팡이를 깎으며 효, 마을공동체 등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지팡이 만들기를 계속할 계획으로 학생들의 인성 발달 효과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며 “추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노인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휠체어 등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기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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