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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생리컵에 얽힌 10가지 '진실과 거짓'…국내에도 곧 정식 출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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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소재 반영구 생리용품 '생리컵', 국내도 곧 도입

경제적 부담 낮추고 피부 건강에 좋다지만…

써 본 사람은 "타인에 추천 의사 있다" 82.4%

“‘생리컵’을 아십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성환경연대에 의뢰해 지난달 국내 여성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4%가 ‘생리컵을 안다’고 답했다. 여전히 80.9%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해볼 의향이 있다거나 타인에게 추천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비율 나왔다.

실리콘 소재로 된 반영구적 생리용품인 ‘생리컵’이 여성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정식 출시된 제품이 없어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유통됐지만, 최근 식약처가 생리컵 제조 및 수입업체 6곳에 대한 사전 검토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국내에서도 정식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생리컵은 속옷에 패드를 덧대 생리혈을 흡수하는 생리대와 달리, 질 속에 오목한 컵 모양의 용기를 삽입해 생리혈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는 기구다. 미국·유럽 등지에선 이미 생산·판매되고 있다. 이제까지 일회용 생리대를 썼던 직장여성 이모(30)씨도 최근 해외 직구로 생리컵을 샀다. 혹시라도 생리혈이 새어나오고 냄새를 풍길까 봐 노심초사해오던 참에, 일부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조사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식약처 조사에서 생리컵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 감소(87.4%) ▲환경보호(85.9%) ▲피부 알레르기 예방(95.4%)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다만 사용방법과 위생관리가 불편하고, 판매 정보가 부족한 것은 단점으로 꼽았다.

식약처와 미국 의학 논문지 ‘여성 건강(Journal of Women’s Health)’, 그리고 국내 생리컵 사용자들의 여러 후기 등을 토대로 생리컵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봤다.
조선일보

생리컵 외부 모습/미국 생리컵 브랜드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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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리컵을 몸에 삽입할 때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이물감 때문에 첫 삽입 시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용자들은 고통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로 된 생리컵은 종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계란 ‘특란’ 정도의 크기다. 생리컵을 세로로 3분의 1에서 2분의 1 크기로 접어서 질 안으로 삽입하면 된다.

첫 시도에서는 질 주변 근육이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 생리컵 삽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대한 앉은 자세에서 긴장을 풀고 무심하게 밀어 넣으면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생리컵에 사용된 실리콘은 체온이 전해질 경우 말랑한 형태로 변하면서 몸 안에 안착하기 때문에 삽입 후에는 이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2. 탐폰(체내삽입형 생리대) 경험자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다?

물론 생리컵이 질 내 삽입형 위생용품이라는 특성상 탐폰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리컵도 충분한 적응 기간을 거치면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

생리컵 삽입을 위해 접는 방법/미국 생리컵 브랜드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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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리컵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생리컵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최종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인체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생리컵이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돼 안전성을 검증받았는지 알 수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수입을 추진 중인 생리컵은 미국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4. 생리컵이 몸 안에서 영영 못 빠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인체 구조상 생리컵이 자궁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는 없다. 여성 생식기는 질과 자궁 경부, 자궁으로 이뤄져 있는데, 자궁 경부는 매우 두꺼운 근육으로 이뤄져 있어 생리컵이 자궁으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생리컵이 지나치게 깊숙하게 삽입될 경우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협회에 따르면 생리컵이 질 깊숙하게 들어가거나 잘못된 형태로 들어갈 경우 빼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생리컵에 달린 길쭉한 꼬리 부분이 손에 닿을만한 위치까지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생리컵은 일회용 생리대보다 비싸다?

생리컵 한 개와 일회용 생리대 한 개를 비교하는 경우엔 그렇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생리컵은 9~30달러(1만~3만5000원) 수준이며, 일회용 생리대 한 개 가격은 400~700원이다.

하지만 생리컵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위생 관리만 잘한다면 10년 넘게 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생리컵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생리대 살 돈이 없이 ‘신발 깔창 생리대’로 버틴다는 어느 소녀의 사연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오히려 생리컵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다.

6. 생리컵은 관리하기 어렵다?

쓰고 바로 버리는 일회용 생리대보다는 관리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최대 12시간 가까이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2~3번(양에 따라 조정)만 화장실에 들러 관리를 해주면 된다. 외출 시에는 화장실에서 생리컵을 빼내 생리혈을 흘려준 뒤 씻지 않고 다시 삽입해 사용해도 된다. 생리컵은 하루에 한 번 잠들기 전 미온수에서 비누로 세척한 뒤 식초와 물을 1:9로 희석한 액체에 담그고 건조한 뒤 보관 용기에 담아두면 된다.
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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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리컵을 사용하면 악취와 생리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생리컵을 사용하면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생리컵이 질 입구를 막아 생리혈이 새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최대 사용 시간인 12시간을 넘길 경우 생리혈이 새거나 냄새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8~10시간 내로 생리혈을 비워주는 것이 좋다.

생리통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생리통이 없어진 경우도 있고, 오히려 심해진 경우도 보고되고 있어서 현재로선 생리컵이 생리통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

8. 생리컵 사용 도중 성관계를 할 수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위생 및 건강상 이유로 생리 중 성관계를 자제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일부 논문을 통해 생리컵 사용 중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미국 의학 논문지 ‘여성 건강(Journal of Women’s Health, 2011)’에서는 60~70여 명의 가임 여성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9명 만이 생리컵 사용 중 성관계에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 13명이 자신의 남성 파트너가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생리컵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9. 네일아트를 받으면 생리컵을 쓰기 어렵다?

손톱에 ‘스톤’ 등 입체적이고 날카로운 장식물을 붙인 경우에는 해로울 수 있다. 생리컵을 삽입하고 제거할 때 손가락이 질 내부를 건드리게 되는데, 큐빅이나 금속 재질의 장식물을 손톱에 붙이고 있을 경우 질 내부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10. 식약처가 생리컵 허가를 일부러 미뤘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리컵은 생리대와 탐폰처럼 ‘의약외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생리컵을 수입 및 제조하려는 업체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생리컵을 공산품으로 여기고 수입하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생리컵 수입 및 제조 업체들은 최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55일간의 사전 검토를 거친 뒤, 적합의견서를 받게 되면 25일간 심사를 통해 판매 허가 승인을 받게 된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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