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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바티칸에선 쓰고, 사우디에선 안쓰고…멜라니아의 베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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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알현 때 머리에 검은 베일

교황청 복장 규범 철저하게 지켜

사우디에선 머리 스카프 안 둘러

"외국인엔 의무 아니고 요구 없어"

美 퍼스트레이디 국제무대 데뷔

국무부와 상의해 직접 스타일링

2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공개됐다.

특히 사진 속 멜라니아의 의상이 주요 외신의 관심을 끌었는데, 머리에 드리운 검은 베일 때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쓰지 않았던 베일을 그는 왜 바티칸에선 썼을까.

CNN에 따르면 이날 멜라니아는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돌체앤가바나의 검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엔 검은 베일을 썼다. 동석한 이방카도 비슷한 옷차림이었다. 미 백악관 퍼스트레이디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교황을 접견하는 여성은 긴 소매의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에 베일을 쓰는 것이 바티칸의 복장 규범이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티칸을 방문하는 외국 관료들은 통상 교황청의 드레스코드를 따른다”며 “남성은 검은 정장과 흰 셔츠에 검은색 타이를 매고, 여성은 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여성들처럼 베일을 쓴다”고 전했다. 단 모나코 왕비와 같은 군주제 가톨릭 국가의 여왕·왕비는 교황과 같은 흰색 의상을 입는 것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바티칸을 여러 차례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왕관 아래 검은 베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베네딕트 16세 때부터 복장 규정은 완화돼 여성들이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교황을 만나는 모습도 등장했다. 2014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쓴 채 교황청을 방문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셸 오바마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공항에서 영접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복장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한 멜라니아가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멜라니아는 앞서 지난 20일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그리샴은 CNN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상에 대해 요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WP는 “무슬림 여성은 반드시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야하지만, 외국인 여성에게 같은 드레스코드가 요구되진 않는다”고 전헸다. 실제 힐러리 클린턴이나 미셸 오바마 등 과거의 퍼스트레이디들도 스카프를 쓰지 않았다. 다만 멜라니아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드레스로 현지 스타일에 가장 근접한 옷차림을 했다.

대통령·퍼스트레이디 역사학자인 제인 햄튼은 WP에 “사람들이 (스카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교황은 종교 지도자이고 왕은 국가의 수장이다. 두 사람을 만나 존경을 표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첫 해외 순방에 무척 공을 들였다. 방문지마다 지켜야할 규범과 드레스코드를 국무부와 직접 논의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순방인만큼 조금의 실수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CNN은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는 거의 모든 의상을 직접 고르고 스타일링 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ang.co.kr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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