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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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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영토 미사일 공습…푸틴은 핵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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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19일 새벽(현지시간)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이틀 전 미국 정부가 자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우크라이나가 감행한 첫 러시아 본토 공격이다.

이날 러시아는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해도 핵보유국의 공격 행위로 간주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이 되는 이날 전쟁 양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3시25분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여섯 발로 브랸스크주 카라체프를 공격했다”며 “우리의 S-400과 판치르 미사일방어시스템 운용 요원들이 이들 미사일 중 다섯 발을 떨어뜨렸고 한 발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타격을 입은 미사일 1발의 잔해가 군사시설로 떨어졌으나 인적·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했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은 채 “카라체프에 있는 러시아군 제1046무기고에 화재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과거 드론으로 공격했던 러시아 무기고를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공격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침략군의 무기고 파괴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 “바이든, 공격 허용” 이틀만에 러 타격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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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한 한·미 연합훈련 중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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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소식통이 “우리는 처음으로 에이태큼스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고, 브랸스크 지역 군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RBC우크라이나는 “해당 무기고가 러시아 국방부 산하 미사일포병국(GRAU)의 제67무기고”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해당 무기고를 드론으로 공습해 활강폭탄과 대공미사일 등 각종 무기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약 수십만 발을 제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에이태큼스 공격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첫 타격 사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7일 미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반발했다.

우크라 “러시아 군 시설 성공적 타격”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푸틴이 개정된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 정책의 기초’를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개정 핵 교리의 핵심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핵 억제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제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종전보다 넓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셈이다. 기존 핵 교리에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공격만을 핵 보복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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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는 서방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을 가지지 않은 우크라이나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함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대응에 맞춰 전쟁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공동 공격’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서방 핵보유국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된 핵 교리에선 또 러시아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적 항공기와 미사일, 드론의 대규모 공격에 대해서도 핵 대응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동맹국인 벨라루스를 공격해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핵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핵 공격을 받거나, 수도 모스크바가 위태로운 등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에 한정해 핵 보복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미사일과 드론 등을 이용한 공습만으로도 러시아의 피해 규모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핵무기 사용이 가능해진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동맹국 벨라루스 공격에 대한 핵 대응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 교리를 본뜬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핵 교리 수정을 서방의 압박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5월엔 “핵 교리는 살아 있는 도구”라고 경고한 데 이어 9월엔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 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핵 교리 개정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크라이나에 허용해 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푸틴의 대답”이라고 평가했다.

러·우크라전 3년사상자 100만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럽의회 특별 본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1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에 대해 “그는 승리에 집중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한다”며 러시아의 석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통해 군비 조달 능력을 약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을 맞아 양측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약 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의 유엔인권감시단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민간인 사상자 3만6357명이 발생(8월 31일 기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전쟁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589명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군인 피해가 컸다.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3만10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방은 인해전술을 펼치는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70만 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은 약 3분의 1로 줄었다. 지난 18일 기준 우크라이나 난민은 678만5900명. 유엔은 러시아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4분의 1(1000만 명)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점령·합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 영토와 비슷한 넓이다.

박형수·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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