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회장·전 합참 작전본부장 |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9일로 1000일이 됐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무력 점령한 돈바스 전쟁처럼 단기간에 종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며 3년 넘게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아오던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길목에 있는 쿠르스크를 기습적으로 공략해 러시아 본토를 차지하는 큰 전과를 거뒀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으로 전선은 러시아 본토로 확대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이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에 병력 지원을 요청해 북한군의 파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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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까지 공방 치열할 듯
보병 위주 북한군 전투 경험 한계
현대전은 감시·타격 결합 화력전
실탄 사격과 실기동 훈련 확대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사망자 27만명을 포함해 모두 100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군은 약 7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 중인 전쟁터에 10~20대 젊은 병사 약 1만2000명을 총알받이로 투입했다. 러시아 측 하루 전사자가 1000명 전후라고 하니 북한 병사들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김정은, 용병 총알받이로 외화 챙길 듯
북한이 최근 러시아 에 파병한 1만 2000여 명의 군인은 10~20대 젊은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진은 북한군 병사들이 소총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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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김정은은 엄청난 외화를 챙길 전망이다. 네팔·스리랑카 등 외국인 용병이 러시아군에 입대했을 때 받은 처우를 근거로 추정하면 북한군이 받는 돈은 1인당 월 2000달러(약 278만원)다. 파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파병 규모가 커질수록 외화 수입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김정은의 비자금 주머니로 들어갈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어떤 형태로든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전 협상이 급물살을 탔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하면서 전쟁 당사국 양측이 모두 급박해졌다.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사거리 300㎞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를 향해 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 확대를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트럼프 집권까지 남은 60여 일 동안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 전쟁 중에 병력 희생은 전선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때보다 전선이 교착돼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될 때 훨씬 많이 발생한다. 1차 대전의 진지전이 그랬고, 2차 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그랬고, 6·25 전쟁의 고지전이 그랬다. 특히 정전이 예상된다면 희생은 더 커진다. 소모적 공방전에 희생시킬 병력이 필요했던 푸틴의 요청에 김정은이 부응한 것이다.
현대전은 포병·미사일·항공화력 결합
실전 경험이 없는 북한군은 이번 파병을 통해 현대전 실전 경험을 갖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의 총구가 시차를 두고 남쪽을 겨냥할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북한군이 계속 교체돼 실전 경험이 확대될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이 증대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병 위주인 파병 북한군의 전투 경험에는 한계도 보인다. 북한군은 보병 위주로 파병하면서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에 소속돼 러시아군으로 싸우는 이상한 파병이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맹호부대, 이라크전의 자이툰부대처럼 대한민국 국기 아래에 우리 군복을 입고 단위 부대가 참전한 우리의 파병과는 근본이 다르다. 북한의 파병은 외화벌이 하면서도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다.
현대전은 일반 보병의 역할보다 감시 수단과 타격 수단이 통합된 화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현대전의 전투 수행 과정을 보자. 먼저 첩보 수집 요원 (수색대와 특공대)이나 감시용 드론이 표적을 식별하면 실시간에 C4I 체계(군 지휘통제시스템)로 표적이 전파된다. 이어 포병·미사일·항공화력이 표적을 타격하고, 타격 현장 상공에 있는 드론으로 피해를 평가한 뒤 표적을 재타격한다.
피 흘리지 않고 실전 경험 획득 가능
우리 군의 자랑인 육군 ‘과학화 훈련(KCTC)’ 성과를 보면 대부분의 전투 손실은 보병의 소총이 아니라 드론·포병·항공 등의 통합 화력에 의해 발생했다. 전투 현장의 보병은 화력과 통합된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보병 단독으로는 적 화력의 제물이 되고 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은 단위 부대가 지휘 체계를 유지해서 통합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군에 숫자를 채우는 용병으로서 총알받이 경험만 얻을 수도 있다.
물론 북한군이 용병 수준의 전투 경험만 획득하더라도 우리 군은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실전 같은 훈련으로 실전 경험에 준하는 전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실탄 사격 훈련과 실기동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실탄 사격 훈련과 실기동 훈련은 부대 능력의 총화를 통해 이뤄진다. 예컨대 포병 부대의 실기동 및 실탄 사격 훈련은 장비 기동, 정비, 통신, 포술 조작, 표적 획득 및 감시, 측지, 탄약 운반 및 조작, 군수 지원, C4I 체계 등 모든 부대 기능이 통합적으로 발휘됨을 전제로 한다. 이는 포병·전차 등 장비 중심의 부대뿐 아니라 병력 중심의 보병 부대도 마찬가지다. 보병부대도 장거리 직사화기와 곡사화기, 장갑차, 드론 등으로 무장하기 때문이다.
과학화 훈련은 피 흘리지 않고 실전 경험을 획득할 수 있는 첨단 훈련 체계다. 육군 사단별로 과학화 훈련 장비인 마일즈(MILES) 장비가 보급돼 있다. 필자의 사단장 재임 시절 마일즈 훈련을 한 부대와 그렇지 않은 부대끼리 교전을 시켰더니 훈련을 한 부대가 상대를 조기에 섬멸하고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과학화 훈련의 효과다.
산악 지형에 익숙한 북한군 보병들이 개활지인 쿠르스크 평원에서 총알받이 전투 경험을 획득할 때 우리 군은 마일즈 훈련으로 드론·포병·항공 등이 망라된 통합전투력 중심의 첨단 과학화 전투 경험으로 무장해야 한다. 세계 2위라는 러시아 군사력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이 열악한 환경에도 선전하는 것은 철저한 훈련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회장·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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