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밝혀진 진실…'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에 징역 15년 중형

지난 2000년 8월에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30대 남성이 17년만에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기선)는 25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기소된 김모(36)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돈을 빼앗기 위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족은 평생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데도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죄의식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뒷좌석에 타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씨를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2003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자백까지 했지만 이후 진술을 번복하고 구체적인 물증도 발견되지 않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앞서 수사당국의 부실한 수사 등으로 김씨 대신 최초 목격자였던 최모(33)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당시 15세의 다방배달원이었던 최씨를 용의자로 체포한 뒤 최씨가 도로에서 유씨와 말다툼을 한 끝에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씨의 옷과 신발에선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찾지 못했다. 아무런 물증이 없었음에도 최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을 했다.

최씨는 복역을 마친 뒤 주변 설득으로 2013년 "경찰이 여관으로 데려가 날 구타했고,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11월 재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최씨는 16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었다.

검찰은 최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날 경기 용인에서 당초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씨를 긴급체포해 기소했다.

[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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