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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기자수첩]돈번다는 P2P 투자…정작 돈못버는 P2P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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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퍼센트•렌딧, 영업비용 3분의 1 광고선전비에 시장 장악 필요하지만 수익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도 [비즈니스워치] 이세정 기자 lsj@bizwatch.co.kr

P2P업체들이 지난해 광고선전비를 펑펑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초 P2P금융업계 상위사인 에잇퍼센트(8퍼센트)와 렌딧은 외부 회계 감사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당기순손실을 내는 와중에도 광고선전비를 많이 썼는데요. 수수료수익을 거의 못 내고 있는데도 비용을 느슨하게 관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당기순손실 내는데 광고비에 올인

작년 성적표를 보면 에잇퍼센트는 43억300만원, 렌딧은 33억95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초라하지만 창업 초반에 흑자를 내는 회사는 드문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성적입니다.

문제는 비용 내역입니다. 에잇퍼센트의 경우 지난해 영업비용 64억8142만원 중 26억930만원이 광고선전비였습니다. 렌딧 또한 영업비용 48억9323만원 중 광고선전비가 13억3679만원이었습니다. 영업비용의 25~30%가량을 광고를 하는데 쓴 셈입니다. 이자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습니다.

P2P업체들이 광고선전비를 많이 쓰는 건 시장을 초반에 장악하기 위해서입니다. P2P금융은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회사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합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을 때 인지도를 끌어올려 재빨리 치고 나간다는 셈법입니다. 별다른 기술 혁신 없이 손쉽게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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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 대비 비용 구조 허술

시장 장악 필요성을 감안해도 수익에 비하면 광고비를 너무 많이 쓰고 있습니다. P2P업체들의 주요 수입원은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하면서 걷는 수수료입니다. 에잇퍼센트가 작년에 올린 수수료수익은 4억1672만원, 렌딧은 2300만원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P2P업체들은 수익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워 벤처캐피털 등에서 투자 받은 돈에 기대고 있습니다. 수익은 미미하고, 투자 받은 돈으로 언제까지 버틸지도 장담할 수 없는데 비용을 느슨하게 관리한다는 지적입니다.

P2P금융이 도입 초기 단계이고, 금융사고가 발생할수 있는 만큼 이에 대처할 여윳돈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큰 지출 규모를 유지하다간 사고 수습에 쓸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충실해야

물론 광고로 인지도를 높여 고객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도 용이하니까요. 실제로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 최근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들은 광고 물량 공세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하지만 수익 대비 비용 구조가 허술한 회사라면 장기적으로 고객과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P2P업체는 금융회사인 만큼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구조입니다.

P2P금융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된 건 제도권 금융에서 찾아볼 수 없던 차별화된 대출금리와 투자수익 때문이라는 걸 상기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기보다 P2P금융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는 상품을 개발해 차별화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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