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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예술 조각인 듯… 은빛 바위 펼쳐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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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

전체 군(郡) 면적의 80% 이상이 산(山)인 첩첩산중. 청송은 경상북도의 오지(奧地)다. 오뉴월 청송은 푸른 솔향기가 가득하다. 도착하는 순간 산속의 힐링은 시작된다. 청송을 제대로 느끼려면 '휙 한 바퀴 도는 관광'이 아닌 1~2박쯤 해야 한다. 대전사, 주왕굴, 무장굴, 학소대, 절골, 병풍바위, 제1·2·3폭포 등 청송의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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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용추협곡. 장엄한 바위가 좁은 계곡을 이루며 방문객을 선경(仙境)으로 이끈다. 청송은 전체 군면적의 80%가 산(山)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 청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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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팔경 중 제1경은 신성계곡이다. 안덕면에서 청송 방면으로 차로 10분쯤 달리면 만나는 길안천을 따라 꼬불꼬불한 4㎞의 계곡이 신성계곡이다. 빼어난 절경과 맑은 물, 울창한 솔숲을 자랑한다. 신성계곡 입구 자줏빛 바위 절벽 위에 세워진 방호정은 청송 출신인 조선 중기 학자 방호(方壺) 조준도(趙遵道·1576~1665)가 지은 정자다. 온돌방과 부엌까지 있어 숙식도 가능한 방호정은 주위 경관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답다.

◇푸른 솔향기 속 산속의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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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쪽 사진부터) 연화굴·파천 구상 화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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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에서 자동차로 10여분(7.2km) 달리면 은빛바위들이 펼쳐진 계곡이 보인다. 안덕면 고와리에 있는 백석탄(白石灘)이다. 정교하게 빚어진 예술 조각처럼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청송읍에서 자동차로 5분(2.8km) 이동하면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무대인 청송약수탕이 있다. 이곳에서 8분(3.3km)쯤 이동하면 월외계곡 초입이 나온다. 130여 년 전 이곳에서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발견한 후 지금까지 물이 솟아나고 있다. 지하에서 탄산수가 솟아나는데 이때 물 올라오는 소리가 마치 닭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달기약수탕'이라고도 한다. 속병이나 빈혈이 있는 사람들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약수물로 밥을 지으면 파란 빛깔을 띠며 밥맛은 차지고 쫀득해진다. 달기약수탕의 대표 음식은 닭백숙이다. 약수물로 요리한 닭백숙은 살이 부드럽고 담백해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많다. 달기약수탕(원탕)에서 월외폭포까지 이어진 수려한 계곡이 월외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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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사진부터) 얼음골·월외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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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탕에서 달기폭포로 가다 보면 구(舊) 월외초등학교 자리에 '장난끼공화국 달빛예술학교'가 있다. 예술인들이 창작과 체험 활동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통 천연 염색, 애견용품 만들기, 친환경 코르크 원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갖추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약 2㎞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태행산(933m)에서부터 흘러온 물이 거대한 폭포를 이루고 있다. 달기폭포라고 부르는 이 폭포는 11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엄하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주왕산은 국내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주왕이 은거하였던 산이라 하여 주왕산이라 부른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으로 진나라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에 패한 뒤 이곳 주왕산까지 쫓겨왔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고 요청해 주왕은 이곳에서 신라 장수에 의해 주왕굴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높이 720m의 산으로 기암절벽이 병풍 같다고 해서 석병산으로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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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부터) 주왕산 용연폭포·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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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2011년 국내에서 아홉째, 경북에선 최초로 산촌형 국제 슬로시티로도 지정된 청송엔 내륙중심형 지질공원이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이곳은 최근 경사를 맞았다. 지난 1일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지질공원(Global Geopark)'으로 등재된 것. 유네스코 측은 지난해 세계지질공원 실사 당시 아름다운 꽃문양을 자랑하는 꽃돌(구과상 유문암)과 도자기 원료로 사용되는 법수도석 등 청송에 산재한 지질유산에 대해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세계지질공원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서 희귀성과 과학적 중요성,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지질 현장이다. 세계자연유산과 달리 공원 주변 개발을 상당 부분 허용하고 있다.

2010년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됨으로써 청송은 유명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유네스코의 경제적 지원은 없지만, 유네스코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청송을 찾는 이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등재 이후 방문객이 2000여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청송군의 주장이다. 청송은 그동안 교통이 불편한 내륙의 오지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청송을 경유하는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한결 좋아졌다. 리조트 등 대규모 숙박시설까지 주왕산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청송의 관광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청송군도 세계지질공원 홍보에 열을 올리며 지역 발전과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청송은 세계지질공원(UNESCO 인증), 슬로시티(국제슬로시티 연맹 인증),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국제산악연맹 주관) 등 세계적인 브랜드만 3개를 갖고 있는 경북도 내 유일한 자치단체"라며 "주왕산, 주산지 등의 자연 명승지와 객주문학관, 청송백자 및 심수관도자기 전시관, 청송꽃돌·수석박물관 등 풍성한 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청송이 경북 북부권 최고의 관광 메카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군수는 이어 "요즘은 브랜드와 스토리의 시대다. 앞으로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적극 홍보해 청송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것"이라며 "지질공원 홍보와 국제 협력, 지질공원 해설사 양성, 주민 교육, 박물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앞으로의 최대 과제"라고 덧붙였다.


[청송=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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