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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호주, '가짜 보트피플' 가려내 추방…강경해지는 난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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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500명에게 "난민 신청 안 하면 추방할 것" 최후통첩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보수 성향의 현 호주 정부가 과거 진보 정권 시절 대거 받아들였던 '보트피플'(선상난민) 중에서 '가짜 난민'을 가려내 추방하기로 하고난민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이는 선상난민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난민정책이 경제적, 정치적인 이유로 날로 강경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현 야당인 노동당은 집권기인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선박으로 도착한 망명 희망자 5만여 명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 중 4만3천 명은 비자를 받는 등 합당한 절차를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 인근의 난민선[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나머지 7천500명은 마땅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아예 거부하면서 호주 정부의 지원만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소득 보조금만 매년 2억5천만 호주달러(2천100억 원)에 이르고, 복지비용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실정이다.

호주 정부는 21일 이들 7천500명에 대해 오는 10월 1일까지 난민지위 신청을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추방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했다고 호주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호주 정부는 이들이 마감시한까지 신청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이 끊기고 결국 추방될 것이며, 재입국도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그들이 호주인 납세자들을 상대로 도둑질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는 말들이 있었다"며 "미안한 말이지만, 게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마감시한에 대한 협상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더튼 장관은 이들 망명 희망자가 모두 이전 노동당 정부 때 배를 이용해 호주로 왔으며 대부분 신분을 확인할 서류가 없어 지금까지 난민지위 신청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급작스러운 조치에 난민 지원단체나 이민 변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합법적 호주 정착을 위한 절차가 매우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마감시한 설정이 일방적이라며 "잔혹하고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 난민지원단체 관계자는 "더튼 장관이 7천500명의 삶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자신이 설계했으며 도덕적으로 파산한 제도로 사람들을 처벌하려 하고 있다"라고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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